이미지 크게보기가로수에 덮인 도로 2일 오전 서울 노원구 공릉동 화랑로의 가로수가 제7호 태풍 곤파스의 영향으로 뿌리째 뽑혀 도로를 가로질러 쓰러져 있다. 이 여파로 이날 주변도로는 극심한 차량 정체에 시달렸다. 심만수기자

제7호 태풍 곤파스는 ‘폭우’보다는 ‘강풍’으로 기억될 것으로 보인다. 최대 순간 풍속이 초속 30m가 넘는 강한 바람을 몰고 온 태풍이 이례적으로 대도시가 밀집한 수도권을 지나면서 태풍의 두 가지 특성 중 하나인 강풍을 제대로 체감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시민들은 많은 비는 체감하지 못했다.

2일 기상청에 따르면 곤파스의 영향으로 비는 수도권보다는 해안가와 강원과 경기 북부에 집중됐다. 1일부터 2일 오전 7시까지 대연평 213.5㎜, 화도(강화) 128.0㎜, 장봉도(인천) 125.0㎜, 강화 119.0㎜, 문산 110.5㎜의 비가 쏟아졌다.

기상청 관계자는 “비구름대는 태풍의 전면에서 강하게 발생한다”며 “태풍 이동 경로상 태풍 중심의 앞쪽에 위치한 지역에 비교적 비가 많이 내렸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반도에 상륙하면서 세력이 약화된 탓에 태풍 후면에 위치한 비구름의 영향은 예상만큼 강하지 않았다. 기상청은 “지면과의 마찰로 운동에너지를 잃어 에너지원인 수증기 공급이 차단됐다”며 “태풍이 발생한 동중국해상에 비해 서해상의 해수면 온도가 낮아 태풍의 세력이 처음보다 약해졌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곤파스는 24시간 이내에 온대저기압으로 급속히 변질돼 소멸될 것으로 전망된다.

2일 오후 예상 강수량은 서울·경기·강원·전남·경남·제주는 20~60㎜, 강원 북부·남해안·지리산 인근·제주도 산간은 80㎜ 이상, 충남·전북·경북은 10~40㎜다.

하지만 바람은 강했다. 서울시 중랑구 최대 순간 풍속이 초속 29.5m, 대부도 38.7m 등 초속 30m가 넘는 강한 바람이 몰아쳤다.

태풍 중심으로부터 반경 100~150㎞에 이르는 강풍 반경에 이 정도 초속의 바람이 불면 건물의 간판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 지붕과 기왓장이 뜯기고 나무가 뿌리째 뽑힐 수 있다. 실제로 수도권 곳곳에서 강풍으로 인한 사고가 발생했다.

약~중 정도의 강도에 소형 태풍인 곤파스가 몰고 온 바람의 위력에 대해 기승배 기상청 대변인은 “태풍이 대도시를 관통하며 지나간 사례가 별로 없어 우리나라 사람들이 태풍이 몰고 오는 강풍의 위력을 제대로 알지 못했다”며 “곤파스가 태풍 바람의 힘을 여실히 보여줬다”고 설명했다.

강버들기자 oiseau@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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