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호 태풍 곤파스가 2일 오전 서울 북부 35㎞에 접근할 정도로 수도권 중심을 강타하면서 몰아닥친 강한 바람에 시민들은 크게 당황하는 모습이었다. 중심 부근 최대 풍속이 초속 24m로 지난 2000년 제12호 태풍 프라피룬 이후 10년 만에 닥친 강력한 바람에 단전으로 지하철이 끊기고 아름드리 가로수가 뽑히고, 아파트 창문이 깨지자 경악한 시민들이 새벽잠에서 깨어나 집 밖으로 뛰쳐 나오는 등 대혼란이 벌어졌다.

태풍이 수도권 일대에 5시간가량 머무는 동안 공포에 떨었던 시민들은 하지만 이날 오전 빠른 속도로 태풍이 빠져나갔다는 소식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서울 송파구 거여동에 사는 구종현(31)씨는 “강한 바람에 창문이 깨질까 봐 새벽에 놀라 잠이 깼다”면서 “서울에서 이렇게 강한 바람은 처음인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강서구 염창동 S아파트에 사는 직장인 권모(41)씨도 “오전 5시에 바람소리가 너무 커 놀라 잠에서 깬 뒤, 아이들 걱정에 7시까지 뜬눈으로 보냈다”면서 “7시쯤 태풍이 서울 북쪽으로 빠지면서 바람이 잦아들어 겨우 안심하고 출근길에 나섰다”고 말했다.

이날 새벽부터 출근길에 나섰던 시민들은 단전으로 인해 지하철 운행이 중단됐다는 소식에 발을 동동 구르며 버스 등 대체수단을 찾아 나섰지만 안내방송도 나오지 않자 우왕좌왕하는 모습이었다.

서울 중구 충정로에 있는 회사에 출근하기 위해 이날 오전 6시에 지하철 1호선 인천 동암역으로 나온 최모(여·31)씨는 지하철 운행이 중단됐다는 소식에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택시와 전철을 번갈아 타며 평소보다 2시간30분가량이나 지각한 오전 9시30분에 회사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이날 오전 8시 지하철 1·2호선 환승역인 신도림역에서 만난 대학생 김선재(25)씨는 “이번주부터 개강이라 학교에 가는 길인데 지하철 운행이 전면 중단돼 어떻게 가야 할지 막막하다”면서 “평소 지하철만 이용해 왔기 때문에 다른 교통수단은 알지 못해 일단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모(58)씨도 “인천까지 가야 하는데 지하철이 안 간다니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하다”면서 “지하철 외에 다른 교통수단을 잘 모르겠고 한참 늦을 것 같아 오늘 하루 휴가를 내고 집으로 돌아갈까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채현식·김하나기자 han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