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눈물도 마른 ‘民’ 8일 오전 경기 연천군 왕징면사무소에 마련된 북한 황강댐방류 사고수습대책위원회에서 ‘9·6 임진강 참사’ 실종자 가족들이 망연자실하고 있다. 연천 = 임정현기자

북한 황강댐의 방류로 ‘9·6 임진강 참사’가 빚어진 것은 군의 안이한 인식에 따른 부실 대응과 정부의 총괄적이고 종합적인 대응 시스템의 허점 때문인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청와대 군 등 관계당국에 따르면 참사가 발생한 현장에서 임진강 수위가 높아진 사실을 초병이 최초 확인한 뒤 합동참모본부 작전상황실에 보고했지만, 이후 외교·안보·재난 관련 컨트롤 타워인 청와대내 국가위기상황팀에는 즉각적인 보고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군은 당초 임진강 수위의 갑작스러운 상승을 단순 물 문제로 인식했으며 북한 어린이 사체를 인양한 뒤에야 안보상황으로 인식해 뒤늦게 청와대에 이 사실을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청와대 국가위기상황팀은 소방방재청으로부터 국민 6명의 실종·사망사건 발생 직후 첫 보고를 받았지만, 이미 경계경보발령 등 신속한 대비를 하기에 늦은 시점이었고, 사태 초기 이 상황을 북한 및 안보와 관련된 중대사안이 아닌 단순 재난사고로 인식한 것으로 나타났다.

청와대는 이에 따라 8일 향후 남북접경지역에서 벌어지는 각종 사건·사고의 경우 단순 재난차원이 아닌 안보차원에서 신속·긴급 대응체제를 구축하는 방향으로 위기관리 매뉴얼을 대폭 수정, 개선하기로 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날 문화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이번 참사에 대해 진상을 파악하고, 드러난 문제점을 상세히 조사한 뒤 이를 토대로 문제점을 보완해 초기 보고체계, 유관 기관간 상황전파 및 공조대응체제 등을 안보차원에서 접근하는 식으로 개선키로 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현재 가동 중인 유사시 ‘댐붕괴 대비 매뉴얼’, ‘임진강 현장조치 매뉴얼’로는 긴급사태에 대처하는 데 한계가 분명하게 드러났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또 청와대 핵심참모는 북한의 ‘수공(水攻)’ 가능성과 관련, “불시에 수위가 높아지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 매뉴얼이 가동돼왔지만 이번 참사에서 보듯 현장경보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경우에 대한 대비가 안됐고, 분절적인 보고체계에 따라 청와대가 종합적으로 판단할 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점이 있다”고 밝혔다. 한편 정부는 이날 북한이 전날 전통문을 통해 보내온 황강댐 방류와 관련한 해명 내용에 대한 대응 수위를 놓고 관계 당국간 이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상협·신보영기자 jupiter@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