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군사분계선 북쪽 42.3㎞떨어진 지점에 위치한 임진강 상류의 황강댐에서 6일 새벽 예고없이 대규모 강물을 방류한 것은 이날 오전 2시 50분쯤 임진강 필승교 지역에서 경계근무를 서던 한 초병에 의해 처음 인지됐다.

초병은 평소 1m 안팎이던 수위가 1.2m까지 높아지는 것을 보고 상황실에 보고했다. 보고를 받은 해당 부대는 오전 3시 10분쯤 필승교에 설치된 침투방지용 철책을 들어올리고 연대와 사단, 군단을 거쳐 합참에까지 보고했다. 합참은 그러나 이 정보를 청와대나 지자체, 수자원공사 등과 공유하지 않았다. 인접 지역 사단에도 통보하지않았다. 임진강 하류에서 훈련중인 전차부대는 대피명령을 받지 못해 10대 전차와 50명 전차부대가 전원 수몰위기를 겪을 뻔했다. 이 전차부대는 한 초병이 오전 5시 15분경 강물이 급격히 불어나는 것을 목격한뒤 대피를 시작했다. 전차부대가 대피를 마친 것은 오전 5시30분경. 물이 급격히 불어나 전차 1대는 포기했다.

연천지역의 소방서나 경찰서는 이날 오전 5시가 넘어 주민신고로 겨우 사태를 파악했다. 연천소방서측은 “나는 빠져나왔지만 20여 명 가까이 물에 고립돼 있다”는 여행객의 신고로 비상사태가 발생했음을 파악했다. 연천소방서측은 이 사실을 5시 15분 소방방재청에 보고했다.

연천경찰서가 사태를 파악한 것은 이보다 늦은 오전 5시24분쯤. 한 주민이 연천경찰서로 전화를 걸어 “임진강 물이 불어나고 있다”고 신고했다. 생존자 김기복씨는 “일행 중 한 명이 휴대전화로 ‘야영하러 나왔다가 모래섬에 고립돼 휩쓸려 갈 것 같으니 구조해 달라’고 신고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연천소방서와 연천경찰서는 “신고 통화기록을 조사했으나 모래섬에서 구해달라는 신고가 들어온 것은 없었다”고 밝혔다.

연천군은 이후 오전 5시 30분쯤 소방서와 경찰서로부터 연락을 받고 사태를 파악했다. 오전 6시 10분쯤. 수자원공사는 연천군측서 대전 수자원공사 본사 당직실로 문의전화를 한 뒤에야 강물이 불어난 사실을 알고, 수동으로 관계자들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고 시스템 관리업체에 연락해 오전 7시 20분에야 대피경보를 발령했다. 당직 근무를 집에서 하도록 하는 규정에 따라 당일 수자원공사 임진강 건설단 사무실에는 아무도 없었다.

오전 8시 21분쯤. 소방방재청이 청와대 국가위기상황팀에 보고를 했고, 이는 외교안보수석을 통해 대통령에게 보고됐다. 소방방재청이 최초 사태를 인지한 시간(5시 15분)부터 청와대까지 전달되는데 3시간 가량이 걸린 셈이다. 합참에서도 국가위기상황팀에 보고를 했지만 “북한에서 아이 한명이 떠내려 왔다”는 보고가 전부였다. 수자원공사의 경보시스템은 아예 작동이 중지된 상태였다. 수공 임진강 건설단이 관리하는 경보시스템은 황강댐에서 물을 방류하기 3시간 전인 5일 오후 10시 22분부터 13시간동안 작동이 중지됐다.

방승배기자 bsb@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