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6 임진강 참사’와 관련해 북한측이 7일 강 상류 수위가 높아져 긴급 방류했다고 해명해온 데 대해 국내 수자원 전문가들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전문가들은 일단 황강댐에 저수된 물을 긴급하게 방류할 이유가 없다고 지적한다. 이재응(환경건설교통공학) 아주대 교수는 8일 오전 문화일보와 전화통화에서 “물을 긴급하게 방류하는 것은 비가 많이 내려 저수 수위가 급격히 상승했거나, 향후 폭우가 내릴 것으로 예측되는 경우밖에 없다”며 “수위가 높아져 긴급히 방류했다는 해명은 말도 안된다”고 말했다. 그는 “설사 긴급 방류 필요성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황강댐은 유역변경식댐이기 때문에 예성강 쪽으로 방류할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송재우(건설도시공학) 홍익대 교수 역시 “비가 오지 않은 게 뻔한 상황에서 납득하기 어려운 해명”이라며 “북한이 어떤 상황인지는 알 수 없지만 수자원공학적으로 적절한 해명이 아니다”고 말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9·6 임진강 참사’가 발생하기 전 7~8일간은 임진강 유역에 비가 오지 않았다. 지난 8월26~27일 임진강 유역에 223㎜의 비가 내린 것 외에는 강수 기록이 없다. 7~8월 동안 황강댐 주변 지역에 예년(601㎜) 보다 많은 비(1090㎜)가 내리기는 했지만 황강댐이(저수용량 3억5000만t정도) 한국의 팔당댐(2억4400만t) 보다도 1억t 가량 큰 중대형 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물을 급하게 뺄 필요는 없다.

조원철(사회환경시스템공학) 연세대 교수는 “여름 동안 내린 비로 인해 방류를 했다면 예비방류가 있어야 하는데 임진강 수위 변화를 봤을 때 예비 방류의 흔적은 없다”며 “최근 비가 오지 않았기 때문에 수위가 높아지더라도 상당 시간이 걸려 갑자기 방류를 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시기적으로 현재는 여름이 지나 내년 갈수기를 위해 물을 저장해야 하는 시점이라는 점도 방류의 필요성을 낮춘다. 한국수자원공사 관계자는 “앞으로 태풍이 오지 않는다면 현재는 내년 봄에 사용할 물을 확보하기 위해 댐을 채워야 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황강댐에 기술적인 문제가 발생했을 가능성도 낮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북한은 북한강 유역의 임남댐 등 대규모댐 건설·운영 경험이 축적돼 있기 때문이다.

조 교수는 “정밀 사진을 오래 전부터 분석 중인데 기술적인 문제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며 “북한도 기술적인 부분을 언급하지 않은 것으로 봐 댐에 문제가 생겼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조성진기자 threeme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