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측이 7일 ‘9·6 임진강 참사’로 남측 민간인 6명이 사망·실종했는데도 단 2줄짜리 해명을 내놓았다. 사과는커녕 유감 표명도 없었고, 왜 4000만t에 달하는 물을 방류했는지에 대한 자세한 설명도 없었다. 무성의·무례·무사과 등으로 요약할 수 있는 북한의 전형적인 ‘3무(無)’ 태도다.

북측이 이날 오후 판문점 남북 직통전화를 통해 전해온 전통문은 단 2줄이다. 북측은 먼저 남측이 요구한 경위 설명에 대해서는 “제기된 문제를 알아본 데 의하면 임진강 상류에 있는 북측 언제의 수위가 높아져 지난 5일 밤부터 6일 새벽 사이에 긴급히 방류하게 됐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임진강 하류에서의 피해방지를 위해 앞으로 북측에서 많은 물을 방류하게 되는 경우 남측에 사전 통보하는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통보했다.

북측이 남측 전통문에 대해 6시간 만에 곧바로 회신해온 것은 이례적이기는 하지만, 내용은 사실상 남측 조사 내용과 다를 바가 없다. 대형사고의 원인 제공자이면서도 ‘무성의’한 해명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는 남북관계의 기본적인 예의도 지키지 않고 먼저 사과도 하지 않는 전형적인 북측의 ‘3무’ 전략이다. 특히 북측의 전통문은 발신자가 ‘관계기관’으로 책임 소재가 불분명한데다, 왜 임진강 상류 수위가 높아졌는지에 대한 설명이 하나도 없는 등 여러가지면에서 의문투성이다. 북측은 “많은 물을 방류할 경우 남측에 사전통보하겠다”고 했지만, ‘많은 물’이 어느 정도 규모인지 밝히지도 않았다. 앞으로도 남측은 북측의 ‘선처’에만 의존해야 한다는 이야기로, 제2의 임진강 참사가 발생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는 셈이다. 북측 의도에 대해서도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북측이 대남 ‘유화’와 ‘공세’ 카드를 번갈아 들면서 남측 ‘길들이기’에 나서는 차원에서 ‘수공(水攻)’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3남 김정운(26)을 후계자로 내정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후계구도와 연관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번과 같은 중요 결정은 국방위원회 권한 사항이라는 분석도 나오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강경 군부의 돌발적 행동이라는 지적도 있다.

이는 지난해 7월11일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망 사건 당시 보여준 북측 태도에서 하나도 달라지지 않은 것이다. 남측 관광객 박왕자(여·당시 53세)씨가 북한군 초병의 사격을 받고 숨지는 사상 초유의 비극이 발생했지만, 북측은 끝내 사과를 하지 않았다. 재발방지 약속은 물론, 진상조사도 허용하지 않았다.

신보영기자 boyoung2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