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언(73) 전 세모그룹 회장이 변사체로 발견됨에 따라 그에 대한 형사처벌은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될 전망이다. 검찰은 그러나 이미 기소된 유 전 회장 관련 인물들에 대한 공소를 유지하며 유 전 회장과 이들이 세월호 참사에 직접적인 책임이 있음을 법정에서 규명, 앞서 동결된 자산을 향후 구상권 집행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22일 검찰 관계자는 “유 전 회장이 죽어 그의 혐의에 대해선 공소권 없음으로 처리가 되겠지만 이번 사건 수사는 그가 단독으로 한 게 아니라 계열사 대표 등이 모두 연관된 기업 비리에 대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그간 충분한 조사가 됐고 영장을 받을 정도로 청해진해운 관계사 경영비리가 입증된 상태”라며 “이미 추징 보전한 것 이외의 (유 전 회장 관련) 책임재산도 최대한 찾아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검찰은 유 전 회장 일가와 측근들이 은닉한 재산들을 추가로 파악하는 한편 이를 신속히 추징하기 위해 기소된 이들이 유죄 판결을 받도록 공소유지에 만전을 기할 방침이다. 하지만 유 전 회장이 사망함에 따라 유 전 회장 개인에게 속해있는 재산을 추징하는 데는 다소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이번 사건을 수사 중인 인천지검 특별수사팀(팀장 김회종 2차장)은 유 전 회장 일가 4명과 김한식 청해진해운 대표 및 관련사 임원 등 측근 9명을 구속 기소했다. 이 과정에서 검찰은 유 전 회장 일가가 기독교복음침례회(구원파) 신도 등의 명의로 차명 관리해 온 예금·부동산·주식 등 총 1054억 원 규모의 재산을 4회에 걸쳐 동결하는 추징 보전 조치도 취해 648억 원가량의 재산을 민사상으로 가압류했다. 이 재산의 경우 유 전 회장의 사망으로 인해 추징보전 취소 절차가 이뤄지게 된다. 유 전 회장이 사망해 가족들에게 상속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 변수에 대해 검찰은 법무부와 법리를 따져 구상권 행사를 위한 책임재산으로 남아 있도록 조치하겠다는 방침이다. 검찰은 또 지금까지 확인된 것 이외에도 유 전 회장 일가가 영농법인과 계열사 및 구원파 신도 등을 동원해 차명으로 은닉한 재산이 더 있는 것으로 보고, 이를 확보하기 위해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이와 별도로 정부는 지난 6월 유 전 회장과 측근들 및 관련 법인들을 상대로 4031억 원대의 가압류 신청을 서울중앙지법에 냈으며 법원은 이달 초 이를 받아들였다. 정부는 향후 채무자를 상대로 구상권을 청구하는 별도 본안 소송을 제기해 승소 판결이 확정되면 최대 4031억5000만 원에 상당하는 유 전 회장 일가 및 관계사의 재산을 지급받는다. 구상권은 재산에 대해 적용되는 것이어서 유 전 회장의 신병이 확보되지 않아도 청구가 가능하지만 유 전 회장 일가의 책임을 정부가 입증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

박정민 기자 bohe00@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