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兪류품 22일 오전 공개된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유류품 중 하나인 가방 안쪽에 유 전 회장이 쓴 책 제목으로 알려진 ‘꿈 같은 사랑’이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다. 뉴시스

지난 6월 12일 전남 순천시 서면 학구리의 한 매실밭에서 발견된 시신이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이라고 경찰이 최종 판단한 것은 DNA 감정 결과를 통보받은 후 세 번째 시도한 사체의 지문 감식 때문에 가능했다. 경찰은 타살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보고 있으나 독극물에 의한 사망 가능성에 대해 정밀 분석 중이다.

◆유병언 확인 어떻게= 순천경찰서는 22일 브리핑에서 “사체 발견 다음 날인 지난 6월 13일 부검을 할 당시 왼쪽 손가락 5개의 지문을 채취해 5일 동안 불린 뒤 18일 처음으로 지문 감식을 시도했으나 지문이 나타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당시 오른쪽 손가락은 부패가 심해 왼쪽만 분석대상으로 삼았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이어 같은 달 22일 왼쪽 손가락 5개를 대상으로 재차 시도했지만 또 지문이 나타나지 않았다.

그러다 21일 오후 8시쯤 경찰청으로부터 사체 DNA가 유 전 회장의 것으로 추정된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정결과를 통보받은 뒤 냉동된 사체를 다시 꺼내 손가락 10개의 지문 감식을 시도했다.

그 결과 오른쪽 검지의 지문이 유 전 회장의 것으로 22일 새벽 확인됐다. 경찰은 “이번에는 손가락 상태가 지문 감식을 하기에 좋은 상태였다”고 설명했으나 좀 더 일찍 오른쪽 손가락에 대한 지문 채취를 하지 않은 것은 ‘실수’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허술한 초동수사= 경찰은 사체 옆에 있던 유류품을 DNA 감정 결과를 통보받은 뒤인 21일 밤에야 정밀하게 분석한 점에 대해서도 초동수사에 허점이 있었음을 인정했다. 경찰이 이들 유류품을 뒤늦게 확인한 결과 스쿠알렌 병에는 제조회사가 구원파 계열사로 표기돼 있고, 가방 안쪽에 ‘꿈 같은 사랑’이라는 글자가 가로로, ‘글소리’라는 글자가 세로로 쓰여 있었다. ‘꿈 같은 사랑’은 유 씨가 직접 쓴 책의 제목이다. 이를 좀 더 일찍 확인했더라면 세 번째 지문감식도 빨리 이뤄졌을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망원인은= 경찰은 6월 13일 당시 첫 부검 결과 타살가능성은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 그러나 시신의 주인공이 유 씨로 드러난 만큼 독극물에 의한 사망가능성을 포함한 사인의 정밀 분석을 국과수에 의뢰했다. 경찰은 “국과수의 정밀 분석 과정에서 물리력이나 타인의 개입에 의한 사망 여부도 가려질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발견 당시 유 씨의 유류품에 먹을 것이 거의 없었던 점에 비추어 도피생활에 지쳐 탈진해 사망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유류품 중 먹을 것은 육포 2봉지, 콩 20여 알, 유명 치킨 회사의 머스터드 소스 등이었다.

순천=정우천 기자 sunshin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