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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테러리스트·불안정한 모순덩어리… 20세기 ‘최고’ 되기까지 위대한 예술가는 위대한 인간과 동의어가 아닌 경우가 많다. 6일 개봉하는 두 영화 ‘마에스트로 번스타인’과 ‘백남준: 달은 가장 오래된 TV’는 ‘위대함’이라는 포장에 싸여 있던 예술가의 솔직한 민낯을 드러낸다. 그의 동반자나 가족의 기록, 혹은 주변인들의 회상을 통해 20세기 최고 예술가 레너드 번스타인과 백남준의 고결하진 않지만, 존중받아 마땅할 인간적 모습이 그려진다. 영화는 경계를 넘나든 두 천재 예술가에게 한 발짝 다가갈 수 있는 기회다.- ‘백남준 : 달은 가장 오래된 TV’비디오아트 거장 촘촘한 조명사춘기 때부터 생의 궤적 모아선댄스 영화제 경쟁부문 초청개봉 전부터 해외서 먼저 관심“전 늘 아웃사이더였어요. 앞으로도 그럴 거고요.” 생각하는 대로 사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한 번 뱉은 말을 주워 담을 필요가 없는 삶이라면 박수받아 마땅하다. 백남준(1932∼2006)이 그렇다. ‘비디오 아트계의 조지 워싱턴’부터 ‘문화 테러리스트’ ‘괴짜 천재’까지 예술가 백남준을 설명할 수 있는 수식어가 많지만, 인간 백남준을 명징하게 드러내는 표현은 ‘이방인’(Alien)이 맞을 터다. 일제강점기 조선에서부터 독일을 거쳐 미국까지, 백남준은 자신이 딛고 선 세계에서 아웃사이더의 정체성을 벗어본 적이 없다. 고집스럽게 지켜온 이방인의 시간이 켜켜이 쌓이며 ‘B급 예술인’이라는 조소 섞인 평가는 20세기 미국 ‘아방가르드’(前衛藝術·전위예술)의 방향을 제시한 선구자로 바뀌게 된다.6일 개봉하는 다큐멘터리 영화 ‘백남준: 달은 가장 오래된 TV’는 이방인 백남준의 삶을 관통하는 시간 여행이자 가장 사적인 소개서다. 한국에 상륙하기 전부터 해외 문화계에서 일찌감치 떠들썩하게 조명된 이유다. “가장 현대적인 예술가의 일대기를 담은 기념비적 작품”이라며 올해 미국 선댄스 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되고, 영국 일간지 가디언이 선정한 ‘올해의 영화’에도 이름을 올렸다. 당장 위대한 예술가를 미술관이 아닌 영화관에서 만난다는 것부터가 ‘아방가르드’하다.영화는 백남준의 생의 궤적을 촘촘히 따라간다. 서울에서 태어나 집에선 한국어, 학교에선 일본어를 써야 했던 시절부터 일본 도쿄(東京)에서 미학을 전공하고 1950년대 독일로 건너가 철학과 음악을 공부하며 비뚤어지는 시기를 보여주는 데 전체 러닝타임의 절반가량을 쏟아붓는다. 특히 작곡가의 길을 걸으려던 백남준이 실험 음악가이자 그의 예술 세계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존 케이지를 만나 피아노와 바이올린을 서슴없이 파괴하는 전위 예술가가 되는 과정에 집중한다. 평론가들의 혹평과 대중의 외면 속에서도 꿋꿋하게 자신의 예술을 밀고 나가는 이방인 백남준의 영혼의 근원을 보여주는 것이다.인간 백남준을 파악하고 나면 이후 뉴욕으로 건너가 텔레비전(TV) 앞에 부처를 앉히고(TV 붓다), 끼니를 때울 돈도 없으면서 값비싼 브라운관 TV를 구매해 들고나오는 등 그의 기행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어맨다 킴 감독은 서면 인터뷰에서 “그의 인생 전반부에 대한 호기심이 컸다. 영혼이 발달하던 시기 말이다”라며 “그는 ‘비디오 아트의 아버지’이긴 하지만, 인생 전반에 걸쳐 그 이상의 족적을 남겼다”고 말했다. 킴 감독은 이방인 백남준이 소셜 미디어와 디지털 크리에이터의 시대를 예견한 ‘노스트라다무스’라고 규정한다.배우 스티븐 연이 내레이션하는 백남준이 직접 쓴 글 등 5년에 걸쳐 발굴한 자료들은 영화의 뼈대를 이룬다. 박서보부터 행위예술가 마리나 아브라모비치, 데이비드 로스 전 휘트니 미술관장 등 백남준과 맞닿았던 세계적인 예술가들의 회고와 생전 친분이 있었던 사카모토 류이치가 작업한 테마곡도 영화에 몰입하게 만든다. 영화를 보고 나서 백남준아트센터에서 열리는 회고전 ‘트랜스미션: 너에게 닿기를’부터 옛 서울역인 문화역서울284에 설치된 백남준의 작품 ‘시스틴 채플’ 구경까지 ‘백남준 로드’를 밟아보는 건 어떨까. - ‘마에스트로 번스타인’미국 역사상 최고의 지휘자와헌신적 아내 펠리시아 일대기쿠퍼·멀리건의 인상적 연기와음악·미술·이야기 절묘한 조화위대한 예술가의 주변인으로 살아간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영화 ‘마에스트로 번스타인’(6일 개봉·20일 넷플릭스 공개)은 20세기 위대한 음악가이자 미국의 역대 최고 지휘자 레너드 번스타인(브래들리 쿠퍼)과 그의 아내 펠리시아(캐리 멀리건)를 대등하게 위치시킨다. 사랑과 증오, 인정 투쟁으로 얼룩진 그들의 굴곡진 역사는 고전 영화의 향기를 물씬 풍기는 매혹적인 미장센과 쿠퍼와 멀리건의 인상적인 연기, 그리고 번스타인이 남긴 위대한 음악과 함께 흐른다. 음악과 미술, 이야기가 선율로 휘몰아친다. 번스타인은 ‘팔방미인’이란 말이 딱 맞는 세기의 천재였다. 피아니스트를 꿈꿨던 이 동유럽계 유대인은 25세의 나이에 깜짝 대타로 뉴욕 필하모닉과 카네기홀에 선 뒤 미국을 대표하는 지휘자로 군림했다. 또 ‘내면의 여름이 불러주는 노래’는 그를 작곡가로 만들었다. 클래식뿐 아니라 뮤지컬, 영화음악까지 다방면에 두각을 드러냈다. 뮤지컬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가 그의 작품이다. 여기에 더해 여러 클래식 해설 프로그램을 남긴 방송인이기도 했다. 우리나라로 치면 마에스트로 정명훈에 백종원의 대중적 이미지가 더해진 것 이상일 것이다. 다재다능하지만, 그런 만큼 내면이 변화무쌍했던 번스타인과 배우를 준비하던 칠레 출신 펠리시아는 사랑에 빠진다. 음악가로, 배우로 각자 승승장구하며 방송에서 인터뷰하는 부부의 모습은 행복한 가정의 전형이다. 그런데 외향적인 지휘자와 내향적인 창작자를 병행하는 번스타인의 모순은 그의 말처럼 “분열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 더구나 내면에 불안과 외로움을 갖고 있으면서 밖으로 쾌활한 척하는 그는 육체적으론 남성에게 끌리는 양성애자였다.하지만 번스타인은 파국을 맞지 않는다. 불안정한 번스타인이 균열되지 않고 예술가로서 입지전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건 아내 펠리시아 덕분이었다. 그는 펠리시아가 메마르고 갈라질 정도로 쫙쫙 빨아들였다. 예술가의 재능에 대한 헌신 속에는 주변인의 초인적인 헌신이 있었다.영화는 모순적 성향으로 인한 내적 분열을 음악으로 승화한 번스타인에 대한 전기이자 자신을 존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한 펠리시아에 대한 추모다. 영화는 번스타인이란 빛을 다루면서 그림자인 펠리시아를 소외시키지 않았다. 그리고 펠리시아를 재평가하면서 번스타인을 훼손하지 않았다.영화 내내 번스타인이 작곡한 음악이나 그가 지휘한 전설적인 실연이 겹친다. 펠리시아와 사랑에 빠질 때 흐르는 번스타인의 ‘캉디드’ 중 ‘파리 왈츠’는 행복감을 고조시키고, 흑백에서 컬러로 전환될 때 흐르는 말러 교향곡 5번 ‘아다지에토’는 둘의 갈등을 예고한다. 쿠퍼는 외형은 물론 목소리까지 말년의 번스타인과 비슷하다. 말러 교향곡 2번 ‘부활’의 5악장 부분에선 온몸으로 지휘하며 팔짝팔짝 뛰기도 한다. 지휘 장면을 익히는 데 6년이 걸렸다고 한다.현재 미국을 대표하는 지휘자 야니크 네제 세갱에게 지휘를 자문했고, OST를 녹음했다. 제작엔 스티븐 스필버그와 마틴 스코세이지가 참여했다. 미국 대표 지휘자에 대한 영화를 만들기 위해 미국의 문화예술계가 똘똘 뭉쳤다는 느낌이다. 이정우· 유승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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