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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이름 써내니 합격?… 우리 안의 ‘암묵적 편견’ 사회 갈등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편향적 사고’. 그 해악에 대해 경고하는 책은 많지만, 이를 해결할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한 책은 드물다. 자신이 몸소 겪은 사회적 편견을 계기로 ‘편향의 역학’을 연구해 온 저자는 이전 책들보다 실증적인 가능성을 제시한다. 우리가 편향 사고로부터 해방될 수 있다는 것. 그는 지난 15년간 컴퓨터 과학자들과 협력해 편향의 실제 영향에 대한 시뮬레이션을 구축했다. 이를 통해 그는 편향 사고는 설득으로는 바꿀 수 없으며, 편향 회로를 끊어내는 ‘행동의 설계’에서 그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고 말한다. 책은 즉각 적용 가능한 해법도 제시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갈등지수 3위인 한국이 눈여겨볼 지점이다.저자의 제안이 우리를 ‘갈등공화국’에서 벗어나게 해줄지는 우선 제쳐 두고, ‘편향’의 작동 원리와 그 폭력성을 먼저 들여다보자. 이 인류의 난제에 대한 명확한 인식에서 해결의 문이 열릴 테니까. 저자는 편향 사고의 근원, 즉 편견을 인간의 본능이라고 말한다. 그것은 우리의 뇌가 ‘편견’을 갖게 되면, 세계를 인식하는 데 덜 수고롭기 때문이다. 본능적으로 뇌는 보다 실용적이고 효율적인 방식으로 정보를 습득하고 해석하려 하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뇌는 고정관념에 중독되고, 쉽게 벗어나지 못한다. 그러다 이것이 자신도 모르게 바깥으로 드러나면, 의도하든 의도치 않았든, 차별과 혐오를 만들어내게 되는 것이다. 2016년 미국에서 교통경찰이 흑인 시민을 범죄자로 오인해 총으로 7발을 쏜 사건이 대표 사례다. 경찰은 “겁이 났을 뿐”이라고 했다. 인종에 대한 편향 사고가 극대화되면서 두려움이 커졌고, 결국 죽음을 불렀다. 저자가 밝힌 자신이 편향 연구에 매진하게 된 이유는 흥미롭고 씁쓸하다. 그는 언론사에 취업하기 위해 수도 없이 기획안을 보냈으나 매번 거절당했다. 그러다 같은 내용의 메일을 가상의 남자 이름으로 보낸 후 몇 시간 만에 기회를 얻는다. 연구를 본격화한 후에는 컴퓨터학자와 함께 직장 내 젠더 편향이 여성의 승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실험했는데, 여성과 남성의 대우에서 차이가 있을 경우, 결과적으로 ‘조직 내 상층부에서 여성들을 사라지게 한다’는 것을 수학적으로 증명해내기도 했다.특히, 저자는 편향 중에서도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편견보다 더 해로운 것으로, 습관처럼 작동하는 ‘암묵적 편향’을 지적했다. 스스로 편견을 갖고 있지 않다고 믿지만, 무의식적으로 편향적 태도를 드러내는 것 말이다. 이미 많은 연구서들이 지적했듯이, 저자도 이 ‘선량한 차별주의자’들이 더 위험하다고 말한다. 많은 백인들이 자신은 인종차별주의자가 아니라고 말하면서도, 일상에서 수도 없이 인종차별적 발언과 행위를 하고, 피부색 등으로 즉각적인 판단을 하는 것 등 말이다. 그러나 저자는 이 같은 ‘암묵적 편향’도 극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특정 행동을 끊어내고, 특정 행동을 이끌어 낼 보다 구체적인 ‘설계’가 있다면 말이다. 책은 스웨덴 유치원에서 시행하고 있는 가치중립 교육, 존스홉킨스병원에서 만들어낸 평등 의료 서비스 점검 목록, 미국 경찰관들의 명상 훈련 등을 예로 들어 해결의 아이디어를 제공한다. 이는 한국의 일터나 교육 현장에서 충분히 적용 가능한 수준이며, 실제로 그 효과가 입증된 것들이다. 경찰들에게 시킨 마음 훈련은 근본적으로 편견에 유연한 뇌를 만들기 위함인데, 이는 스트레스와 공격성, 그리고 총기 사용 빈도까지 낮췄다. 존스홉킨스의 차별 방지 행동 설계는 보다 많은 환자가 적절한 때에 적절한 처방을 받을 수 있게 했다. 무엇보다, 의료과정에서 젠더 불평등이 감소하는 결과를 끌어냈다. 성별 판단 범주를 확장시킨 스웨덴의 유치원에서는 ‘남자 장난감’ ‘여자 장난감’과 같은 구별, 구분이 줄었다. 또, 아이들은 새로운 친구를 소개받을 때, 동성의 친구를 선택하는 확률도 낮았다. 성별에 편견이 없고, 함부로 예단하지 않는 이 아이들은 분명, 지금과는 다른 시선으로 세상을 살게 될 것이다. 그때야말로 ‘편향의 종말’을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이다. 500쪽, 2만2800원.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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