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유병언(73·청해진해운 회장) 전 세모그룹 회장으로 유력시되는 시신을 발견했지만 특별수사팀을 함께 꾸리고 있는 검찰에 제대로 알려주지 않은 등 검찰을 철저히 물먹인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22일 유 씨 시신 확인 결과 발표를 통해 유병언 기거한 전남 순천 송치재 휴게소 인근에서 시신이 발견됐음에도 “유 씨일 수 있다”는 ‘합리적 의심’조차 하지 않았다며 자신의 무능을 자인했다. 이처럼 경찰이 스스로 잘못을 인정한 것은 이례적인 일로 향후 검찰의 강력한 항의를 의식해 미리 방어막을 친 것으로 보인다. 경찰이 발견된 시신이 유병언일 가능성을 확인하는 과정에서도 검찰에 전혀 보고하지 않은 정황 등이 이를 뒷받침한다.

22일 검경에 따르면 전남 순천경찰서는 지난 6월 12일 박모(77)씨의 신고를 받고 송치재 휴게소에서 2.5㎞가량 떨어진 매실밭에서 부패된 남성 시신 한 구를 발견했다. 송치재 휴게소는 검찰이 5월 26일 유병언의 기거 사실을 확인하고 압수수색한 장소다. 유병언이 은거했던 곳 인근에서 유 씨와 비슷한 백발의 시신이 발견됐으나 검찰에 ‘유 씨로 의심된다’는 통보조차 하지 않은 것이다.

경찰은 시신 발견 이후 초동 대응을 제대로 못했다고 이례적으로 자인했다. 경찰은 송치재 인근에서 시신이 발견된 점, 구원파 계열사가 만든 스쿠알렌 병이 있었던 점, 유 씨가 직접 쓴 ‘꿈 같은 사랑’이란 제목의 책이 있었던 점 등을 시신 발견 당시 전혀 확인하지 못하고, 일반 변사자 처리 절차에 따라 사건을 대수롭지 않게 처리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초동 대응이 미흡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시신 발견 등을 숨길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해명했다.

손기은 기자 s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