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서울로 이송 22일 오전 경찰이 전남 순천의 한 장례식장에서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시신을 서울과학수사연구소로 옮기기 위해 앰뷸런스에 싣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6월 12일 전남 순천시 서면 학구리의 한 매실밭에서 발견된 시신의 지문 감식 결과 유병언(73) 전 세모그룹 회장의 것으로 밝혀지면서 그동안 검찰과 경찰에 쫓기던 유 전 회장이 결국 숨진 것으로 최종 확인됐다. 그러나 경찰이 유류품 분석과 지문 감식을 철저히 했더라면 신원 확인을 좀더 일찍 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우형호 전남 순천경찰서장은 22일 열린 브리핑에서 “40일 전 발견된 사체에 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DNA 감정 결과를 21일 오후 8시쯤 경찰청으로부터 통보받은 뒤 세 번째 지문감식을 시도한 끝에 오른쪽 검지(시지)의 지문이 유 씨의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경찰은 앞서 지난 6월 18일과 같은달 22일 두 차례에 걸쳐 왼쪽 손가락 지문 5개에 대해 감식을 했으나 유 씨의 것이라는 결과를 얻지 못했다.

경찰은 그러나 DNA 감정 결과를 통보받은 후에는 양손 손가락 10개의 지문에 대해 감식한 결과 22일 새벽 9개 손가락에서는 확인이 안됐고 오른쪽 검지에서만 지문이 식별됐다고 설명했다. 애초부터 양손 손가락 전체에 대해 지문감식을 했더라면 훨씬 일찍 신원을 확인할 수 있었을 거란 아쉬움이 남는다. 경찰은 이에 대해 “발견 당시 오른손의 부패 상태가 너무 심해 감식이 불가능할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특히 DNA 감정 결과 통보 직후에야 유류품을 정밀 분석해 구원파 계열사가 제조한 ‘스쿠알렌’ 빈병과 가장 안쪽에 유 씨의 저서 제목인 ‘꿈같은 사랑’이라는 글자가 쓰여 있었고, 이탈리아제 명품 옷을 입고 있었던 사실도 뒤늦게 확인했다. 유류품을 일찍 주목했다면 신원 규명이 좀 더 빨라질 수 있었을 거란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경찰은 타살 혐의점은 없으며 독극물에 의한 사망 가능성과 정확한 사망시기 등의 분석을 국과수에 의뢰했다.

한편 대검찰청은 이날 유 전 회장 사망 확인 시 공소권 없음 처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인천지검 특별수사팀(팀장 김회종 2차장검사)은 이날 오전 보도자료를 통해 “수사 초기 검찰의 출석 요구에 응해 본인의 입장을 방어할 기회가 충분히 있었고, 도피 후에도 자수할 수 있었는데 이런 결과가 초래된 것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면서도 “세월호 참사와 관련된 책임을 엄정하게 규명하고, 피해배상에 필요한 책임재산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해 철저하게 수사를 진행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유 전 회장 사망으로 수사에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서는 “청해진해운과 관계회사의 경영 비리 전반이 충분히 입증돼 있다”고 밝혔다.

순천 = 정우천 기자 sunshine@munhwa.com
김동하 기자 kdhah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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