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언(73) 전 세모그룹 회장으로 추정되는 시신이 전남 순천에서 발견된 가운데 검찰은 유 전 회장이 도주중에 작성한 메모를 확보했다. 유 전 회장은 메모를 통해 검찰 수사에 대한 불만과 검경의 추적을 조롱하는 듯한 글 등을 남겼다.

22일 인천지검 특별수사팀에 따르면 유 전 회장이 지난 5월 말에서 6월 초 순천 등지에서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메모는 A4용지 총 31쪽 분량으로 거울을 보고 읽어야 해독되도록 거꾸로 쓰여 있다. 유 전 회장은 지난 1991년 상습사기 혐의로 4년을 복역한 뒤 이처럼 거꾸로 글을 써온 것으로 알려졌다. 메모에는 주로 도피 당시 심경과 검찰 수사 및 언론 보도에 대한 반감 등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유 전 회장은 메모에 “가녀리고 가냘픈 大(대)가 太(태)풍을 남자처럼 일으키지는 않았을 거야. 산전수전 다 겪은 노장인 남자들이 저지른 바람일 거야. 과잉 충성스런 보필 방식일 거야”, “아무리 생각을 좋게 가지려 해도 뭔가 미심쩍은 크고 작은 의문들이 긴 꼬리 작은 꼬리에 여운이…”라고 적어 자신이 음모에 빠졌음을 시사했다.

일각에서는 ‘큰 대’자는 박근혜 대통령을 의미하고 ‘노장인 남자들’은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을 의미하는 것으로, 유 전 회장이 강도 높은 검찰 수사의 원인을 참모진의 과잉 충성에 두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유 전 회장은 또 “눈 감고 팔 벌려 요리조리 찾는다. 나 여기 선 줄 모르고 요리조리 찾는다. 기나긴 여름 향한 술래잡기가 시작되었다”며 검찰과 경찰의 추적을 조롱하는 듯한 글귀도 남겼다. 그는 또 “연일 터져대는 방송들은 마녀사냥의 도를 넘었다”, “하도 많은 거짓말들을 위시해서 미쳐 날뛰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설쳐대는 거짓소리들을 내고…” 등의 표현으로 언론에 대한 불만을 강하게 드러내기도 했다.

메모에는 “첫날은 신 선생 댁에 지내다가 짧지만 곤한 잠에 휴식을 취했었다”라는 글귀도 적혀 있는데 이는 유 전 회장이 금수원을 빠져나온 뒤 여비서 신모(33·구속) 씨 집에 머문 흔적으로 해석되고 있다. 한편 유 전 회장은 메모에 세월호 침몰에 대한 사과 및 희생자에 대한 추모의 글은 남기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대종 기자 bigpaper@munhwa.com

[기독교복음침례회(구원파) 및 유병언 전 회장 관련 정정 및 반론]

검찰은 세월호 최종 수사결과 발표에서 유 전 회장이 정·관계 및 금융계에 로비했거나 세모 법정관리가 부적법한 절차에 의해 진행됐다는 주장을 뒷받침할 내용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전양자 씨는 유 전 회장의 처남과 재혼한 사실이 없어 바로잡습니다. 유 전 회장은 극동방송국 근무 당시 운영 주체인 팀선교부와 원만한 합의 하에 결별했음을 확인했습니다. 기독교복음침례회 측은 신도들이 참고인들을 위협하거나 협박했다는 주장과 유 전 회장이 교주라는 주장, 신도 및 직원들에게 사진을 강매했다는 주장은 사실로 확인된 바가 없다고 알려왔습니다. 작명에 특별한 의미가 있다는 보도와 달리 ‘천해지’는 ‘하늘 바다 땅’, ‘아해’는 ‘어린아이’, ‘세모’는 ‘삼각형’이란 뜻이며 유혁기·김필배·김혜경 씨 등은 세월호 사고(4월 16일) 이전에 출국했으며, 신도 양모 씨는 수억 원의 교회 자금을 빼돌린 사실이 없다고 알려왔습니다. 유 전 회장은 청해진해운 주식을 소유하지 않아 실소유주가 아니며, 금수원 인근 아파트 200채를 차명으로 소유한 사실이 없고 신모 씨는 유 전 회장의 비서가 아니라고 알려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