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2021 양국 투자 ‘반토막’

지난 2019년 시작된 일본의 대(對)한국 수출규제가 풀리고 한국은 일본을 상대로 한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를 취하하기로 하면서 4년간 얼어붙었던 한·일 교역 관계 개선에 대한 국내 기업들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소재·부품·장비(소부장) 투자가 늘어나고 국산화·자립화·다변화율이 높아지며 수출규제가 역설적으로 국내 소부장 산업 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도 있지만 경제안보 리스크를 키우는 요인이라는 우려가 컸다. 산업구조가 밀착돼 있는 일본과의 소모적 분쟁은 가뜩이나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기술 패권주의가 가속화하는 상황에서 득보다 실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6일 산업계 관계자는 “2019년 이후 급랭했던 한·일 관계가 수출규제 해제, WTO 제소 취하를 계기로 개선되면 긍정적 경제 효과가 클 것”이라고 평가했다. 우선, 양국 간 경제 교류나 직접 투자가 활성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19~2021년 3년간 일본의 대한국 제조업 직접 투자액은 2762억 엔으로 직전 3년 대비 57.6% 급감했고, 한국의 대일 투자도 같은 기간 42.9% 쪼그라들었다. 소부장 기술 자립에 대한 부담도 덜 수 있다. 100대 소부장 핵심전략기술 관련 수입액의 일본 비중은 2018년 32.6%에서 2022년 21.9%로 10.7%포인트 감소했지만 효율성이나 기술력 측면에서 완벽한 국산화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평가다. 반도체뿐 아니라 첨단 정보기술(IT) 분야 협업 확대 가능성도 기대해볼 수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많은 수량을 한 번에 수입하는 등 불편함이 뒤따랐는데 규제가 해제되면 재고 관리에도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본은 2019년 7월 반도체·디스플레이 제조 핵심 소재인 극자외선(EUV)용 포토레지스트,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불화수소 등 3개 품목에 대해 수출규제를 단행한 뒤 같은 해 8월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했다. 정부는 그해 9월 WTO에 일본을 제소했다.

박수진·김병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