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6일 오전 서울 용산역 광장에 설치된 강제징용 피해자 동상 앞으로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윤성호 기자

■ 尹정부 ‘제3자 변제안’ 제시

청구권 수혜 韓기업 징용배상
日기업은 미래청년기금 출연
양국 1시간 간격 발표 - 화답

피해자 15명중 생존자 3명뿐
정부 “더 늦출 수 없다” 판단
판결 존중속 실질해법 고육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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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정부가 6일 1시간 간격으로 강제징용 대법원 판결과 관련한 해법과 그에 대한 호응 조치를 각각 발표하고 나서면서 지난 2018년 10월 우리 대법원의 판결 이후 4년 4개월 이상 양국관계의 발목을 잡은 과거사 난제가 풀리는 단계로 올라섰다. 정부가 내놓은 해법은 피해자 대부분이 90대 고령에 접어들어 더 이상 해결을 늦출 수 없다는 현실과 미래지향적인 경제·안보 협력의 한·일 신협력관계로 나가기 위해 대법원 판결을 존중하면서도 실질적 해결책을 제시하는 데 방점이 찍혀 있다. 다만 정부는 한·일 간에 과거사 등 남은 과제가 여전히 많다는 점에서 이날 발표된 해법이 문제 해결의 ‘끝’이 아닌 진정한 ‘시작’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이날 오전 11시 30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강제징용 대법원 판결 관련 해법’을 발표하면서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2018년 대법원 확정판결 3건과 관련한 원고에게 판결금 및 지연이자를 지급하고 재단은 피해자 추모 및 교육·조사·연구 사업 등을 더욱 내실화·확대하기 위한 방안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재단에는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 수혜기업인 포스코를 비롯해 한국도로공사, KT&G, 한국전력, KT 등 16개 기업이 자금을 출연할 예정이다.

박 장관은 “피해자 및 유가족을 대상으로 정부 해법안과 이후 절차에 대해 상세히 설명하고 판결금 수령과 관련해 이해와 동의를 구하는 노력을 지속하겠다”며 “판결금 지급과 후속 조치 및 이를 위한 재단의 재원 마련 등 관련 절차가 차질없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재단 등과 긴밀히 협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 정부가 대승적 결단으로 먼저 해결책을 제시해 그동안 진전 없던 한·일 관계의 물꼬를 트고, 양국 간 미래지향적 발전을 위한 소통이 이어지도록 한다는 데에 이날 발표의 의의가 있다.

이날 일본 정부는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외무상이 낮 12시 30분 도쿄(東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강제징용 해법에 대해 입장을 밝히고 새로운 한·일 관계의 출발을 알릴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해법 마련 과정에서 최대 쟁점이었던 사과 및 반성 문제의 경우 일본이 과거 1998년 ‘김대중-오부치(小淵) 선언’에 담긴 ‘과거 식민지배에 대한 통절한 반성과 진심 어린 사죄’ 입장을 계승하는 것으로 한·일 간 협의가 이뤄졌다.

정부 발표에 이어 한국의 전국경제인연합회와 일본의 게이단렌(經團連·일본경제단체연합회)은 ‘미래청년기금’ 조성 계획 등도 발표할 계획이다. 한국 대법원에서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배상 판결이 내려진 일본의 미쓰비시(三菱)중공업 등은 직접적인 배상금을 내지 않더라도 양국 미래 세대 지원을 위한 기금 조성에 참여한다는 입장이다. 이경수 전 외교부 차관보는 “사법부가 낸 문제에 대한 정부의 고육지책이라고 본다. 그만큼 우리가 처한 국제 및 안보 환경이 어렵다는 뜻”이라면서 “앞으로 우리가 문제를 내고 우리가 그 문제를 푸느라 국력을 소모하는 일은 없길 바라며 이번 한·일 과거사 현안의 외교적 타결을 계기로 한·일 관계가 다시 균형적으로 나아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유진 기자 klu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