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 방역 전문가 4인 제언

“백신은 외교적 문제로 풀어야”
“기간 집착 말고 현실 직시하라”

모더나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의 상반기 도입이 사실상 물 건너가면서, 정부의 ‘11월 집단면역’ 목표 가능성이 점차 낮아지고 있다. ‘백신 절벽’을 앞두고 전문가들은 정부가 현실을 인정하고 외교와 행정 차원의 전략을 다시 설정해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21일 정기석(전 질병관리본부장) 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11월까지 전 국민 70% 백신 접종은 질병관리청도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정부 기조가 무너질 수 있어 말 못하는 것일 수 있다”며 “이제는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11월 집단면역’에 집착하기보다는 정부가 백신 확보를 위한 새로운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최재욱 고려대 예방의학과 교수도 “백신의 위탁생산이나 라이선스 생산 등을 적극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마상혁 대한백신학회 부회장은 “11월 집단면역은 인플루엔자 유행에 따른 ‘트윈데믹’을 막기 위한 방안”이라며 기간에 집착하기보다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백신 부족을 타개하기 위한 최우선 과제로 외교적 접근을 꼽았다. 엄중식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백신 스와프는) 어려운 거래이지만, 이런 과제를 성공시키는 게 외교부의 능력이라고 본다”며 “백신 생산을 특정 국가가 전담할 수 없기 때문에, 주고받을 수 있는 체계만 갖춘다면 호혜적 관계가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정부의 ‘컨트롤 타워’ 재설정도 풀어야 할 과제다. 최 교수는 최근 청와대에 신설된 방역기획관에 대해 “자리와 직책보다 시스템적인 문제를 먼저 풀어야 한다”며 백신 계약 과정에서 권한과 역할이 불분명하게 설정됐던 문제를 지적했다. 엄 교수는 “방역 기획이라는 특정 부분이 아니라 보건과 의료를 보좌할 수 있는 보좌관이 필요했다”고 지적했다.

정선형·송유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