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21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토론회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김호웅 기자

■ 정의용 장관 관훈토론회

美·中 줄타기속 반도체 거론하며
“어려울 때 친구가 진정한 친구”
진단키트·마스크 美지원도 언급
中 편향 수정해야 美도 협력 가능

“北 GP총격, 사소한 위반” 논란

백신 대란을 풀어낼 외교적 해법이 절실한 상황에서 외교 사령탑인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한·미 백신 스와프 협상 사실을 설익은 채로 공개한 데 이어, 백신 공급과 외교안보 정책 분리론을 얘기했다가 바로 번복하는 등 좌충우돌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정 장관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초기 미국에 진단키트와 마스크를 지원한 사실을 거론하며 “어려울 때 친구가 진정한 친구라는 것을 미국에 강조하고 있다”고 밝혀 냉정한 외교무대에서 정에 호소하는 듯한 인상까지 주면서 외교부 장관이 신뢰를 잃고 국민 불안만 부추기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정 장관은 21일 관훈토론회에 나와 한·미 백신 스와프 관련 질문을 받고 “미국과 진지한 협의를 하고 있다”고 재차 밝혔다. 다만 “미국도 국내 사정이 아직도 매우 어렵다는 입장을 설명하고 있다”고 덧붙여 별다른 진전이 없음을 시사했다. 정 장관은 한·미 간 백신 스와프 협의를 진전시킬 대책이 무엇인지 설명하는 과정에서 오락가락하는 모습도 보였다. 그는 “한·미 동맹 강화라든지, 북한 비핵화의 문제라든지, 미·중 갈등에서 우리 입장이라든지 이런 것들과 (한·미 간) 백신 분야에서의 협력은 연관이 없다고 본다”고 한 뒤 “글로벌 서플라이 체인, 공급망 분야에서 우리가 미국을 도와줄 분야도 많이 있기 때문에 여러 가지로 미 측과 협의할 수 있을 걸로 기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공급망 문제는 미국이 중국과의 전략 경쟁 국면에서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정책이다. ‘연관이 없다’고 했다가 ‘협의할 수 있다’고 한 것은 모순적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정 장관은 지난해 코로나19 확산 초기에 정부가 미국에 진단키트와 마스크를 지원한 사실을 거론, “‘어려울 때 친구가 진정한 친구’라는 것을 미 측에 강조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외교소식통은 “지난 4년간 문재인 정부가 미국과 엇박자를 내온 상황에서 얼마나 미국의 국익에 도움이 됐는지 의문”이라면서도 “각 나라가 철저히 국익에 따라 움직이는 외교 무대에서 전략으로 삼기엔 너무 순진한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정 장관은 9·19 남북군사합의가 한반도 평화 안정 유지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면서 “북한이 두 번 사소한 위반을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2019년 11월 서해 창린도 해안포 사격과 지난해 5월 감시초소(GP) 총격을 거론한 뒤 “이 두 번의 사건도 저희가 면밀히 조사했지만, 굉장히 절제된 방향과 방법으로 시행됐다”고 말해 논란이 일고 있다.

정 장관은 일본의 후쿠시마(福島) 원자력 발전소 오염수 방류 결정에 대응하는 과정에서도 갈지자 행보를 보여 빈축을 샀다. 지난 19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단호히 반대한다”던 기존 정부 입장을 뒤집듯 “국제원자력기구(IAEA) 기준에 맞는 적합한 절차에 따른다면 굳이 반대할 건 없다”고 말해 논란이 일었다.

김유진 기자 klu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