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이재용(왼쪽) 삼성전자 부회장이 19일 오전 뇌물공여와 횡령, 위증 등의 혐의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됨에 따라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걸어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 경제계 반응

“사회적 책임 더 무거워져
정경유착 끊는 모습 보이고
글로벌 경영 활발히 나서야
정부도 규제완화 등 화답을”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청구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재계는 일단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도, 줄줄이 이어질 수사와 재판에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기업 현안을 해결해주는 대가로 미르·K스포츠재단에 출연했다는 ‘대가성’ 의혹을 받는 주요 기업들은 이번 기각 결정에 ‘강제성’을 항변한 삼성 측의 변호가 설득력이 있었다는 평가가 나오는 만큼 향후 수사나 재판에서 어떻게 공방이 전개될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재계는 “가장 큰 논란을 불러온 사건이 큰 고비를 넘은 상황에서 이제는 기업들이 ‘탄핵 정국’에 얽히는 일을 최소화해 수출과 내수, 일자리 창출이라는 본연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19일 특검의 다음 수사 대상으로 유력하게 거론된 SK, 롯데, CJ 등은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 기각 소식에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았지만, 수사 부담을 한 시름 덜어냈다는 데는 이견이 없는 분위기다. 특검이 이미 이 부회장 구속 여부와 별개로 대가 관계가 인정되는 기업을 집중 수사한다는 방침을 세우면서 이들 기업에 대한 수사는 기정사실로 여겨져 왔다.

SK의 경우 두 재단에 111억 원을 출연한 대가로 최태원 회장의 사면을 끌어냈다는 의혹을 받고 있고, 45억 원을 출연한 롯데는 면세점 특허를 추가로 획득하는 과정에서 특혜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이 부회장에게 뇌물공여죄 혐의를 적용한 특검 측 논리라면 수사 칼날을 피할 수 없지만, 이 부회장에 대한 영장이 기각되면서 대가성 여부를 두고 법정 공방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게 이들 기업의 판단이다. SK 관계자는 “이 부회장의 사례를 참고해 면밀히 수사에 대비하겠다”고 했고, 롯데 관계자는 “특별히 할 말이 없는 것 같다. 검찰 수사와 관계해서는 계속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고만 했다. CJ 관계자는 “재단 모금이 강압에 의한 출연으로 이뤄졌다는 점이 어느 정도 인정된 듯하다. 충실하게 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재계 안팎에서는 이번 법원의 결정을 존중한다면서, 기업 본연의 역할을 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기각 결정 직후 “이 부회장에 대한 불구속 결정은 법원이 사실관계를 신중히 살펴 법리에 따라 결정한 것으로 해석한다”면서 “삼성그룹과 관련해 제기된 많은 의혹과 오해는 향후 사법절차를 통해 신속하게 해소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는 “기업이 정경유착이라는 악습의 고리를 끊는 모습을 보여주는 동시에 사회도 투자, 고용, 글로벌 경영을 더욱 활발히 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장은 “기업들이 투자 확대를 모색하는 분위기에서 정부와 정치권은 규제 완화 등 기업의 목소리를 담아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근평·박준우·최재규 기자 istandby4u@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