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현안 챙기고 임직원 격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19일 오전 6시 14분 속옷·세면도구 등이 담긴 것으로 보이는 종이가방을 든 채 서울구치소(경기 의왕시) 문을 나섰다. 전날 오전 9시 15분 박영수 특별검사팀 사무실(서울 강남구 대치동)로 가서 특검팀 관계자 등과 승합차에 탄 뒤로 만 21시간가량 만에 ‘자유의 몸’이 된 셈이다. 삼성 총수가 창사 후 처음으로 구속될 뻔한 위기에서 벗어난 순간이었다.

이 부회장은 전날보다 한결 편안해진 얼굴로 미리 준비된 승용차를 타고 자택이 아닌 삼성사옥(서울 서초구 서초동)으로 향했다. 지난밤을 사내에서 보낸 임직원을 격려하고 중요 현안을 챙긴 뒤 귀가하겠다는 이 부회장의 의지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써, 이 부회장은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전날 새벽 용산구 한남동 자택을 나와 삼성사옥과 특검 사무실, 서울중앙지법(서초동), 서울구치소를 오가며 그의 인생에서 가장 긴 ‘무박 2일’을 마감했다.

그는 특검 사무실과 법원 등을 오갈 때마다 수백여 명의 국내외 취재진 등과 마주쳤으나 시종일관 입을 굳게 다문 채 ‘침묵’을 지켰다. 구속영장 기각 결정문을 전해 받고 서울구치소 문을 나선 순간에도 평소의 미소는 찾아볼 수 없었다. 특검 수사가 여전히 진행 중인 데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의 여파로 반기업 정서가 워낙 고조된 주변 상황을 의식한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 부회장은 앞서 영장 심사를 앞두고 원칙대로 특검 사무실에 15분가량 머물다 예정 시각인 10시 30분보다 30분가량 이른 9시 55분쯤 319호 법정에 들어섰다. 3시간 40분에 걸쳐 “이 부회장 측이 경영권 승계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430억 원대의 뇌물을 제공했다”고 주장하는 특검 측과 “대가를 바라고 지원하거나 부정한 청탁을 한 적이 없다”는 이 부회장 측의 치열한 공방이 오갔다. 오후 2시 10분 영장심사를 마친 이 부회장은 침묵한 채 특검 차량에 탑승, 서울구치소로 이동해 15시간가량을 대기했다.

이관범 기자 frog7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