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박영수 특별검사팀 대변인인 이규철 특검보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된 19일 오전 서울 강남구 대치동 특검 기자실에서 브리핑을 마친 뒤 퇴장하고 있다. 김낙중 기자 sanjoong@

향후 수사 영향·전망

특검팀 수뇌부 긴급대책회의
“李부회장 무죄란 의미아니다”
뇌물죄 수사계속 의지는 밝혀

朴대통령 향한 직진수사 제동
대면조사 시기 늦어질수도
‘헌재 결정에 영향줄까’ 촉각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19일 이재용(49)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과 상관없이 “필요한 조치를 강구해 흔들림 없이 수사를 진행할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특검 수사 전반의 ‘궤도 수정’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무엇보다 삼성에 대한 수사가 박근혜 대통령의 뇌물죄를 밝히기 위한 ‘중요 수사 고리’였던 만큼, 박 대통령에 대한 특검의 수사 칼날이 크게 무뎌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아울러 이 부회장에 대한 영장 기각으로 박 대통령 뇌물죄 규명에 차질이 생기면,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 심판 결정에도 일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 박 대통령 향한 ‘속도전’ 일단 제동 = 박영수 특검은 이날 새벽 5시쯤 이 부회장에 대한 영장 기각 소식이 전해지자 곧바로 긴급 수뇌부 대책회의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특검보들과 의견을 나눈 박 특검은 이 부회장에 대해 일단 구속영장을 재청구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 미래전략실의 최지성(66) 실장(부회장), 장충기(63) 차장(사장)과 박상진(64) 삼성전자 대외담당 사장 등 ‘삼성 수뇌부 3인’에 대해서도 전면 재조사에 나서지 않을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뇌물 공여 혐의를 받는 박 대통령에 대한 대면조사 이후 이 부회장 등 삼성 수뇌부에 대해 구속영장 재청구를 시도하는 등 일괄 신병처리 할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다. 특검팀 관계자는 “구속영장이 기각됐다고 해서 이 부회장이 무죄라는 의미가 결코 아니다”라며 “삼성과 박 대통령에 대한 뇌물죄 수사는 기존 수사 스케줄에 따라 계속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을 향해 거침없이 전진하던 특검팀의 행보에 일단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크다. 특검팀이 ‘경유지’에 불과한 이 부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강수를 둔 것은 종착점인 박 대통령의 범죄 혐의에 조금 더 빠르게 다가서기 위해서였다. 특검팀의 ‘중립성’까지 문제 삼는 박 대통령과의 기 싸움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의도도 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특검의 전략이 법원에 의해 제동이 걸리면서, 박 대통령 대면조사 일정이 애초 1월 말∼2월 초에서 2월 중순 이후로 밀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 경우 특검팀은 3월 말까지 한 달 더 수사 기간을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할 가능성도 있다. 특검팀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2월 말로 수사 기한을 잡고 큰 그림을 그렸던 특검팀이 수사 스케줄을 전면 재조정해야 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헌재 탄핵 결정에도 영향 가능성 =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 기각에 따라, 헌재의 박 대통령 탄핵 심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헌재의 탄핵 결정 시점 전에 특검팀에 의해 ‘중대 범죄’인 박 대통령의 뇌물 혐의가 명확하게 밝혀지면, 헌재가 어렵지 않게 박 대통령에 대해 탄핵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측면이 분명히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박 대통령과 이 부회장에 대한 뇌물 수사가 계속 진행된다는 점, 박 대통령의 뇌물죄는 수많은 탄핵 사유 중 하나에 불과한 점 등을 고려하면 이번 영장기각이 헌재의 탄핵 결정 방향을 송두리째 바꾸는 직접적이고 강력한 변수는 아니라는 분석이 많다.

손기은 기자 s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