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구치소 밖으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430억 원대 뇌물공여와 횡령·위증 등의 혐의로 청구된 구속영장이 기각된 19일 오전, 하얀색 쇼핑백을 손에 들고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나와 대기하고 있는 승용차로 향하고 있다. 뉴시스

“대가관계·부정청탁 소명 등 현단계 구속 어려워”
朴대통령 뇌물죄·다른 대기업 수사 차질 불가피
특검 “매우 유감·견해차 판단…흔들림없이 수사”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 중인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이재용(49)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청구한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이에 따라 박근혜 대통령의 뇌물수수 의혹에 대한 수사와 미르·K스포츠재단에 출연한 다른 대기업에 대한 특검의 수사에 차질이 불가피한 것으로 관측된다. 특검은 법원의 영장 기각 결정에 대해 “매우 유감”이라면서도 “필요한 조치를 강구해 흔들림 없이 수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의연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판사는 19일 오전 4시 50분쯤 18시간의 법리 검토 끝에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조 판사는 “뇌물 범죄의 요건이 되는 대가관계와 부정한 청탁 등에 대한 현재까지의 소명 정도, 각종 지원 경위에 관한 구체적 사실관계와 그 법률적 평가를 둘러싼 다툼의 여지, 관련자 조사를 포함해 현재까지 이뤄진 수사 내용과 진행 경과 등에 비춰 볼 때, 현 단계에서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앞서 특검팀은 이 부회장에게 뇌물 공여, 제3자뇌물 공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위증(국회에서의 증언·감정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은 삼성이 최순실(61) 씨 측에게 213억 원 규모의 특혜 지원을 하기로 하고 35억 원가량을 직접 건넨 부분에 대해서는 뇌물 공여 혐의를, 최 씨와 그의 여조카 장시호(38) 씨가 세운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후원한 16억2800만 원과 미르·K스포츠재단에 출연한 204억 원에 대해서는 제3자 뇌물공여 혐의를 적용했다. 삼성 측은 박 대통령의 강요에 가까운 요구에 어쩔 수 없이 거액을 후원한 ‘피해자’라고 맞섰고, 결국 법원은 삼성의 손을 들어준 셈이 됐다.

특검팀은 이날 오전 4명의 특검보들과 윤석열 수사팀장 등이 모두 참석한 긴급회의를 갖고 향후 대책을 논의했다. 대변인인 이규철 특검보는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 결정은 특검과 피의사실에 대한 법적 평가에 있어서 견해 차이가 있다고 판단된다”며 “필요한 조치를 강구해 흔들림 없이 수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 부회장에 대한 영장 기각으로 특검팀의 수사 동력에 차질이 생긴 만큼 궤도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부회장에 이어 곧바로 박 대통령에게 뇌물수수 혐의를 적용하려던 특검의 계획은 일단 제동이 걸렸다.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 자체에 제3자 뇌물죄를 적용하겠다는 특검의 법리 적용이 일단 법원의 문턱을 넘지 못함에 따라 다른 대기업 수사에도 차질이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오히려 특검이 박 대통령과 의심스러운 ‘거래’를 한 기업 수사를 통해 새로운 돌파구를 모색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민병기 기자 mingmi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