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연이은 폭설로 마을버스가 끊긴 서울 성북구 정릉동 ‘정릉골’ 한 주민이 눈 쌓인 가파른 계단을 오르고 있다. 이시영 기자

“오르막에 버스도 안와…고립”
알림도 없어 계속 기다리기만

서울 성북구 정릉동의 ‘달동네’로 통하는 정릉골 일대는 28일 오전 유일하게 마을로 진입하는 마을버스가 이틀째 들어오지 않고 있었다. 도심과 마을을 잇는 마을버스마저 없으면 ‘서울 오지’나 다름없는 이곳 주민들은 생필품을 사러 나가는 것조차 불가능해진다. 117년 만에 ‘11월 최고 적설량’을 기록한 서울 내에서도 성북 지역은 이날 오전 7시 기준 누적 적설량이 28.8㎝에 달할 정도로 많은 눈이 내렸다.

이 마을과 길음역을 종점으로 두고 있는 ‘성북06 버스’는 이날 오전 시내버스가 다니는 대로변의 정류장까지만 운행하고 마을과 800m 떨어진 지점에서 회차했다. 15년째 정릉골에 거주 중인 김희태(67) 씨는 “다리가 불편한 아내를 직장까지 같이 데려다준 뒤 지팡이를 짚고 겨우 올라왔다”며 “눈비가 오면 늘 버스가 끊기는데, 그때마다 알림도 안 와서 ‘또 안 오겠거니’ 하고 갈 뿐”이라고 말했다. 김 씨는 경사도가 40도에 이르는 오르막길을 오르며 “마을에 급히 생필품을 살 수 있는 편의시설도 없어 매우 불편하다”고 말했다.

총 400여 가구가 살고 있는 정릉골 주민 대부분은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이다. 주민들은 노인들의 낙상 사고와 고립을 우려했다. 주민 이경림(85) 씨는 “노인복지관 가야 하는데 버스가 안 와 천천히 내려가고 있다. 이러다가 넘어질까 겁난다”며 조심조심 비탈길을 걸어 내려갔다. 주민 권태욱(62) 씨는 “안 그래도 가파른 언덕이 많은 동네인데 버스까지 안 오면 집 안에 꼼짝없이 갇혀 지내야 한다”며 “구청 등에 항의를 해도 ‘곧 재운행합니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성북구청은 “버스정류장에 알림 포스터를 붙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고지대에 위치한 금천구 시흥동의 한 마을 역시 빙판길 운행에 대한 부담으로 버스가 끊기는 상황이 연출됐다. 이날 이 마을을 지나는 시내버스 3개 노선은 모두 정류장에 나타나지 않았다. 정류장 전광판에는 양천구에서 이곳을 거쳐 경기 안양시까지 운행하는 광역버스 6515번 버스가 ‘12분 후 도착한다’고 안내했지만, 실제 버스는 오지 않았다. 주민 이주언(48) 씨는 “일부 버스노선 운행이 지연 및 중단되고 있다고 알림만 왔을 뿐, 어떤 버스인지는 전혀 알려주지 않았다”며 답답해했다.

김린아·이시영·노수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