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무죄 입증·재판 대비
인사·조직개편 등 과제 산적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하는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법원이 기각함에 따라 삼성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전반적인 분위기는 마치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차분했지만 무거웠다. 1938년 창사 이래 처음으로 총수가 구속되는 사태를 면했으나 특검의 구속영장 재청구 가능성과 기소에 따른 본 재판의 부담감이 있는 데다, 해를 넘긴 사장단 인사·조직개편과 투자계획 확정·미래전략실 쇄신안 등 서둘러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19일 삼성에 따르면 미뤄졌던 사장단 인사와 임원인사,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 쇄신 작업이 조만간 진행될 예정이다. 특히 미래전략실 쇄신의 경우 이 부회장이 청문회를 통해 직접 밝힌 내용인 만큼 당장 밑그림이 그려질 것으로 예상된다. 미래전략실 쇄신 작업과 함께 이뤄질 사장단 인사도 주목된다. 통상 삼성은 매년 12월 초 사장단 인사를 해왔으나 지난해의 경우 특검 수사 대상에 오르며 인사가 미뤄졌다. 사장단 인사가 이뤄지면 올해 경영 전략이 수립되고 이에 따른 채용 계획 등도 마련될 수 있다.

삼성전자의 미국 자동차 전장부품 회사 하만 인수도 이 부회장이 마무리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삼성전자의 하만 인수 금액은 국내 기업의 해외 기업 인수 사상 최대인 80억 달러(약 9조4000억 원)에 달한다. 특히 삼성전자는 오는 23일 지난해 하반기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 노트7의 발화 원인을 발표하고, 24일 ‘2016년 확정실적’ 발표와 함께 콘퍼런스 콜을 통해 올해 경영전략과 투자계획 등을 밝힐 예정이다.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가 법원에서 기각됐지만 430억 원 뇌물 공여 등의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입증해야 하는 과제도 남아 있다. 불구속이 무죄는 아니기 때문이다. 향후 재판에서 뇌물 공여죄가 성립하면 삼성의 신뢰도 추락과 함께 해외 사업에도 치명타가 될 수밖에 없다.

임정환 기자 yom724@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