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웃지만…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13일 오전 경남도청으로 출근하던 중에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쓴웃음을 짓고 있다. 연합뉴스

구체적 정황 제시된 것부터
우선 수사한 뒤 대상 확대

2012 대선 자금수수 의혹
정자법 공소시효 남아있어
홍문종·유정복·서병수 등
가장 중요한 수사대상 될듯

‘성완종 리스트’ 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 대전지검장)은 최대한 신속하게 의혹을 밝힌다는 방침을 세우고, 단서가 가장 많이 확보된 의혹부터 먼저 수사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2011년 한나라당 대표 경선, 2012년 새누리당 대선 자금, 2007년 한나라당 대선 경선 자금 순서대로 수사를 진행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별수사팀은 13일 팀 구성을 완료하고, 내부 업무 분담도 마친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팀은 국민적 관심 등을 고려했을 때 신속한 수사가 중요하다고 보고, 정황이 가장 구체적으로 제시된 사건부터 우선 수사하기로 했다. 현재까지 가장 구체적인 의혹은 홍준표 경남지사의 1억 원 수수 주장이다.

성완종(64) 전 경남기업 회장은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홍 지사의 측근을 통해 2011년 6월쯤 1억 원을 전달했다고 주장했다. 리스트에 거론된 인물 중 유일하게 돈 전달자가 특정된 경우다. 전달자로 지목된 언론인 출신 Y 전 경남기업 부사장은 “검찰에서 자세한 것을 밝히겠다”며 금품 전달 사실을 부인하지 않았다. 검찰은 조만간 Y 씨를 소환해 조사할 방침이다.

성 전 회장이 돈을 건넸다고 주장한 시점은 한나라당 대표 경선 시기로 공천헌금 명목으로 돈이 전달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홍 지사는 그해 10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패배로 대표직에서 물러났지만, 전당대회 당시에는 선출되는 지도부가 이듬해 공천권을 행사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성 전 회장은 2012년 대선을 앞두고 홍문종(중앙선대위 조직총괄본부장) 새누리당 의원에게 2억 원을 전달했다고 주장했다. 아직 구체적 정황이 공개된 것은 없지만, 리스트에 3억 원을 받은 것으로 적혀 있는 유정복(선대위 직능총괄본부장) 인천시장, 2억 원을 받은 것으로 돼 있는 서병수(선대위 당무조정본부장) 부산시장도 2012년 대선 당시 주요 직책을 맡아 돈을 받았을 의혹이 제기된다. 2012년 대선 자금의 경우 정치자금법 위반 공소시효(7년)도 남아 있어 검찰이 가장 중요한 수사 대상으로 삼을 것으로 보인다.

성 전 회장은 2007년 대선 경선 자금도 언급했다. 허태열(당시 박근혜 캠프 직능총괄본부장) 전 대통령비서실장에게 7억 원을 현금으로 전달했다는 것이다. 이 부분은 공소시효가 만료됐을 수 있다. 당시 정치자금법 위반 공소시효는 5년이기 때문이다. 성 전 회장도 경선 자금 명목으로 건넸다는 취지로 말해 검찰은 내부 법리 검토가 더 필요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2006년 9월 김기춘 전 비서실장에게 10만 달러를 건넸다는 주장도 공소시효 부분이 걸릴 수 있다.

메모에 액수가 적혀 있지 않은 이병기 현 대통령 비서실장과 이완구 국무총리는 현재 별다른 수사 단서가 없는 상황으로 본격적인 수사 착수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2007년이나 2012년 대선 당시에도 주요 직책을 맡지 않아 나중에 금품 수수 정황이 공개되더라도 개인적인 정치자금 수수 의혹일 것으로 예상된다.

김병채 기자 haass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