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인사들이 수차례 갹출”
“조직·직능 별도 돈 모으기도
다른 본부 알 수 없는 구조”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자살 직전 전화인터뷰를 통해 2007년 허태열 전 대통령 비서실장에게 현금 7억 원을 전달했다고 주장하면서 당시 한나라당(새누리당의 전신)의 대선후보 경선 자금이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당시 박근혜 캠프는 경쟁자였던 이명박 전 대통령 측에 비해 재정적으로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캠프 본부별로 각각 자금을 마련한 경우도 있어 허 전 실장에게 실제로 자금이 전달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박근혜 캠프에 몸담았던 새누리당 관계자는 13일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당시 박근혜 캠프는 ‘클린 경선’을 강조하며 재정적으로 매우 어려웠다”며 “캠프 핵심 멤버였던 김무성 대표, 유승민 원내대표,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이혜훈 전 의원, 김재원 의원 등이 돈을 수차례 갹출해 캠프를 꾸렸다”고 밝혔다.

캠프의 또 다른 핵심 관계자는 “솔직히 당시에는 자기 일은 자기가 알아서 하는 구조여서 다른 본부나 분야에서는 돈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다른 관계자는 “캠프 핵심들이 처음에 1억 원, 그 뒤에 수천만 원씩 수차례 돈을 갹출했지만 조직이나 직능 분야는 별도로 돈을 모으기도 했다”고 말했다.

허 전 실장은 당시 직능총괄본부장을 맡고 있었다. 또 경선 막판 조직 동원 경쟁이 벌어졌던 것을 감안하면 급하게 자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성 전 회장 등의 자금이 흘러들어왔을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이에 대해 허 전 실장은 “그런 금품 거래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라고 해명했다.

한편, 일상적인 정치자금과 관련, 성 전 회장이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의 경우 10만 달러라고 언급한 반면 이병기 대통령 비서실장과 이완구 국무총리의 경우 액수를 언급하지 않은 것에 대해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3명이 모두 자신의 구명 요청에 적극 응하지 않은 데 대해 섭섭함을 표시하되 김 전 실장을 사정수사의 총괄 기획자로 파악해 김 전 실장만 금액을 적시했다는 분석과 함께 이 실장의 경우 인간적 관계 때문에, 이 총리의 경우 충청권 인사라는 부담 때문에 액수를 거론하지 않았다는 해석도 나온다.

민병기 기자 mingmi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