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관계 엄격…기억력 비상
최근 상세기록 작성가능성
“32억,경조사비 쓴 걸로…”
대책회의녹취록 확보한듯

‘성완종 리스트’에 대해 본격 수사에 착수한 검찰은 성완종(64) 전 경남기업 회장의 메모와 경향신문 녹취록 외에 다른 물증을 찾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검찰은 특히 성 전 회장이 메모 내용을 뒷받침하는 별도의 장부나 기록을 남겨놓았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성 전 회장은 지난 9일 자살하기 직전 경향신문에 전화를 걸어 리스트에 거명된 인사들에게 돈을 준 정황에 대해 육성을 남기고, 유품으로 메모를 남겼다. 검찰은 성 전 회장이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사람들의 처벌을 바랐다면 상세한 기록을 따로 남겼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친박(친박근혜)계 인사를 리스트에 집중적으로 올린 점을 봤을 때, 최근에 따로 기록을 정리했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성 전 회장의 장례식장에서는 측근들 사이에서 친박계 인사들과 관련한 입증자료가 있다는 얘기가 돌았다고 한다.

성 전 회장이 평소 돈 관계에 엄격하고 기억력이 비상했다는 점도 상세한 기록이 남아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성 전 회장을 보좌했던 경남기업 전직 임원은 “아랫사람이 허락 없이는 1원도 쓰지 못하게 할 정도였다”고 말했다. 성 전 회장은 매우 검소하고 꼼꼼했던 성격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경남기업 관계자는 “성 전 회장은 남다른 기억력을 가지고 있어 자신이 돈을 준 인사들에 대해서는 모두 다 기억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검찰은 성 전 회장의 ‘금고지기’로 불리는 한모(50) 경남기업 부사장으로부터 “지난 2007년부터 2014년까지 성 전 회장에게 32억 원을 인출해줬다”는 진술을 확보해 놓은 상태다. 검찰은 이 자금의 용처와 관련해 성 전 회장이 경남기업 임원과 나눈 대책회의 녹취록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회의에서는 “직원들 경조사비로 돈을 사용했다고 하자” 등의 얘기가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 자금이 ‘성완종 리스트’와 관련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계좌추적 등을 벌이고 있다.

김병채 기자 haass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