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청와대 직원이 아닌 정보원으로부터 듣고 작성”
김춘식 靑행정관 “허위 사실”

‘정윤회 국정 개입 의혹’ 청와대 문건 유출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이번 사건의 핵심인 문건 내용의 진위 파악에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문건 작성자인 박관천(48) 경정이 4일부터 5일 새벽까지 19시간 동안 이뤄진 검찰 조사에서 문건 작성의 근거나 물증을 제대로 제시하지 못했고, 검찰이 확보한 서울 강남의 J가든 예약자 명부·CCTV 자료 등에서 이른바 ‘십상시’의 회동의 단서가 발견되지 않아 문건의 신빙성이 떨어지고 있다.

박 경정은 검찰에서 “청와대 직원이 아닌 성명 불상의 정보원으로부터 듣고 문건을 작성했다”며 “그 사람이 누구인지는 인간관계상 밝힐 수 없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박 경정의 상급자였던 조응천(52)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이 언론 인터뷰에서 “그 모임에 참석했던 사람으로부터 그 이야기가 나왔다고 보고받았다”고 한 것과 상당히 차이가 나는 내용이다. 조 전 비서관은 문건 내용의 출처가 ‘정윤회 모임’에 참석한 청와대 비서관·행정관 중 한 명에게서 나왔다는 주장한 반면 박 경정은 이를 정보원에게서 들은 제보라고 말해 신빙성을 떨어뜨린 것이다. 박 경정은 또 모임 사실을 증명하는 다른 자료를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문건 유출과 관련, 박 경정은 “나는 문건을 유출하지 않았다. 다른 루트로 유출된 게 아닌가 의심하고 있다”고 했을 뿐 제3자에게 도난당했다는 증거를 제출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4일 함께 소환된 김춘식 청와대 기획비서관실 행정관 역시 “문건은 허위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5일 소환된 조 전 비서관마저 제보자와 관련한 증거를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못할 경우 문건의 신빙성은 크게 떨어질 전망이다. 전날 검찰에 참고인으로 나온 서울 강남의 J중식당 사장 역시 문건에 적시된 기간 동안 “십상시 모임을 본 적이 없다”고 말해 회동 존재를 뒷받침할 목격자도 확보하지 못했다.

검찰은 이와 함께 등장하는 정윤회 씨와 이재만·정호성·안봉근 비서관 등 청와대 관계자 10명의 통화 내역 자료를 통신회사에 요청, 지난 1년간 관련자들 간의 접촉 및 회동을 파악해 문건의 진위를 가릴 계획이다. 만일 가장 확실한 물증인 휴대전화 통화 내역에서마저 ‘십상시’의 회동을 입증할 만한 내용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검찰은 문건 자체가 허위 작성된 것이라는 결론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

박정민·김병채 기자 bohe00@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