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노동국회, 불임(不姙)국회에 대한 청와대와 정부 차원의 압박 강도가 한층 높아지고 있다.

지난 26일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 이어 29일에는 정홍원 국무총리가 대국민담화를 발표하면서 국회에 장기 계류된 경제 활성화 관련 30개 법안 등의 조속한 처리를 촉구한 것은 경제와 민생을 명분으로 정치권, 특히 세월호특별법 처리와 민생법안 처리를 사실상 연계한 야당을 겨냥한 측면이 크다.

박근혜 대통령도 다음주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간담회와 제2차 규제개혁장관회의 겸 민관 합동 규제개혁 점검회의를 잇달아 주재하기로 하는 등 민생·경제 행보에 한층 박차를 가하는 모양새다.

추석 연휴(9월 6∼10일) 이전에 정국을 확실하게 민생·경제 중심으로 바꿔놓겠다는 청와대와 정부의 강한 의지가 읽힌다.

이날 정 총리의 담화는 ‘형식상’으로는 국민을 향했지만 ‘내용면’에서는 세월호특별법을 둘러싼 대치를 빌미로 입법 의무를 방기하고 있는 국회를 겨냥하고 있다.

최 부총리가 경제 활성화 관련 법안의 조속한 처리를 요구하는 데 집중했던 것과 달리 정 총리는 이들 외에 세월호 참사 이후 마련된 정부조직법 개정안, 일명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부정청탁금지법안 등 국가 혁신 관련 법안들의 시급한 처리 필요성도 강조했다.

특히 정 총리는 국회가 본연의 의무를 다하지 못하고 있음을 정면으로 거론했다는 점에서 대(對) 국회 호소를 넘어 항의의 뜻도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정 총리는 “국회가 우리 국민의 눈물을 닦아달라는 간절함을 호소 드리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고 밝히면서 “국민에게 희망을 안겨주는 국회 본연의 모습을 보여달라”고 밝힌 것은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정 총리는 “국회가 정상화되지 못하고 하루하루를 보내는 만큼 우리 국민들의 시름은 더욱 깊어만 간다”며 “정부의 거듭된 호소에 귀를 기울여 이제 국회도 한시가 급한 서민들의 간절한 목소리를 더 이상 외면하지 말아 주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도 더욱 적극적인 민생·경제 행보로 대국회 압박을 이어갈 예정이다.

박 대통령은 오는 9월 1일 노사정위 위원들을 초청해 간담회를 열고 근로시간 단축, 임금체계 개편 등 노사정 대타협이 필요한 현안들에 대한 의견을 나눈다. 이 자리에는 새롭게 노사정위에 복귀한 한국노총 관계자도 참석한다.

오남석·정철순 기자 greente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