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민 아빠’ 김영오 씨가 단식 중단을 선언한 지 이틀째를 맞은 29일 오전 청와대 인근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앞과 광화문 광장의 세월호 유가족 농성장은 이전보다 다소 여유가 느껴졌지만 여전히 결의를 다지는 모습이다.

유가족들은 김 씨가 중대한 고비를 넘겼다며 홀가분해진 마음가짐으로 장기적인 투쟁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었다.

이날 오전 9시쯤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앞에는 세월호 유가족 20여 명이 천막 아래에서 농성을 이어가고 있었다. 일주일 전쯤 이곳에 자리잡았을 때만 해도 비장함에 가라앉은 분위기는 김 씨의 단식 중단을 계기로 다소 밝아졌다.

유가족 박모(48) 씨는 “혹시라도 유민 아빠에게 안 좋은 일이 생길까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었다”며 “이제는 한시름 놓은 것 같아 안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앞에서 만난 유경근 세월호가족대책위 대변인 역시 “우리가 아무리 투쟁을 한다고 해도 사람 목숨보다 중요한 건 없다”며 “김 씨가 단식을 중단하게 돼 일단은 홀가분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투쟁 의지를 꺾은 것은 아니라고 유가족들은 강조했다. 유 대변인은 “앞으로 다양한 방법으로 우리의 뜻을 전달하겠다는 뜻에는 변함이 없다”며 “김 씨의 단식 중단이 여당과 대화 진전이나 이면합의 때문이라는 말이 떠돌지만 이는 전혀 사실이 아니고 말 그대로 건강상 위험 때문에 이뤄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오전 10시 서울 광화문광장에서도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단식이 여전히 계속됐다.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 연극미래행동네트워크, 한국작가회의 등의 단체 소속 50여 명이 이순신 동상 앞에 좌우로 나뉘어 설치된 10여 개의 천막과 중앙 파라솔 밑에 햇빛을 피해 모여 앉아 릴레이 단식을 이어갔다. 김 씨의 단식이 이어질 때와 비교하면 신문을 읽거나 담소를 나누는 모습이 더 자주 눈에 띄었다.

이에 앞서 지난 28일 오후 8시 30분쯤 정신과 전문의인 정혜신 박사가 이곳을 찾아 ‘치유’를 주제로 강연을 하는 등 유가족들의 정신건강을 돌보는 모습도 보였다.

이근평·김다영 기자 istandby4u@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