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 28사단 윤모 일병 폭행사망 사건을 계기로 심각한 병영 현장의 폐단이 드러나고 있는 가운데, 병사들이 고충을 털어놓을 수 있도록 설치된 상담전화가 홍보 부족으로 제 구실을 못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8일 국민권익위원회(권익위)와 군 당국에 따르면 권익위는 장병들의 병영 생활 고충을 직접 접수하기 위해 지난 2006년 12월 상담전화(900-7141∼7)를 개통했다. 장병들이 쉽게 고충을 털어놓을 수 있도록 내선 전화 기능을 하는 국방부 900국번을 이용했다. 군대 내 전화에서 이 번호를 누르면 권익위 국방민원과로 바로 연결된다.

전화 한 통으로 외부 기관과 연락이 가능해, 신분이 드러날 것을 걱정하는 장병들에게 비밀을 보장하며 직접 민원을 제기할 수 있는 ‘핫라인’을 구축한 것이다.

그러나 홍보가 제대로 되지 않아 사용 실적이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권익위에 접수된 가혹 행위 등 병영 내 고충 진정 건수는 지난 2012년 432건, 2013년 228건에 이어 올해 2014년 104건(6월 말 기준)이지만, 이 가운데 ‘핫라인’을 통한 장병들의 진정은 한 해에 채 10건이 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됐다.

권익위 관계자는 “2006년부터 2년 동안 이 제도를 알리는 포스터가 부대 내 행정반에 부착된 적이 있지만, 이후 홍보가 거의 없어 지금은 죽은 전화나 마찬가지”라면서 “군 당국의 적극적인 홍보 협조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국방부 관계자는 “‘헬프콜(1303번) 등 군 자체의 고충 신고 전화가 운영되는 상황에서 다른 기관의 전화번호를 굳이 따로 홍보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홍성수(법학) 숙명여대 교수는 “권익위와 인권위 등에 접수된 군 관련 진정 통계를 보면 군 내부 구제 절차를 거부하고 바로 외부기관에 민원을 넣는 경우가 많다”며 “공신력 있는 외부 기관과 장병들 간에 소통 통로를 적극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근평 기자 istandby4u@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