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급조된 교육 육·해·공 전군은 8일 오전 한민구 국방부 장관의 특별지시에 따라 전국 각급 부대별로 장병들을 대상으로 특별인권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8일 육·해·공군의 모든 부대가 장병들을 대상으로 특별인권교육을 실시했다. 군이 전군 특별인권교육을 실시한 것은 대한민국 창군 이래 66년 만에 처음이다. 사안이 사안인 만큼 각군의 교육장은 긴장으로 가득했다. 하지만 군이 근본적인 대책 마련은 없이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전 부대는 이날 하루 동안 훈련 등 모든 일과를 중단하고 오전에 지휘관 주관 특별교육을, 오후에는 전 간부와 장병이 참여하는 토론을 진행했다. 이번 특별인권교육은 지난 4월 발생한 윤모 일병 폭행사망 사건이 반문명적·반인륜적 범죄임을 인식하고, 지휘관부터 이등병에 이르기까지 전 장병에게 사건의 심각성을 인식시키고 유사 사건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마련됐다고 국방부는 설명했다.

국방부의 한 관계자는 “오전에는 각 부대의 지휘관이 국방부에서 작성한 특별인권교육 자료를 토대로 부대 전 장병을 모아놓고 정신교육을 한다”며 “일부 부대는 외부 전문강사 초청 강연도 마련했다”고 밝혔다.

전 부대에 배포된 특별인권교육 자료에는 병영 내에서 벌어지는 각종 폭행과 가혹행위, 욕설, 성추행 등 다양한 실제 사례와 함께 인권침해 사례 발생시 대응요령과 관련 법규, 규정 등이 담겨 있다.

오후에는 각 부대 장병들이 생활관 단위별로 병영문화 개선과 인권침해 방지를 주제로 토론을 한다. 이 관계자는 “오후 토론시간에는 장병들이 교육 자료에 담긴 인권 관련 법규와 세계인권선언, 군인복무규율 등을 윤독하고 각자의 견해를 발표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군의 인권교육은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되는 까닭에 실효를 거두기 힘들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올해 초 육군 A사단을 전역한 김지훈(22) 씨는 “성 관련 사건이 발생하면 부대에서 성 관련 인권교육을 하고, 범죄 사건이 발생하면 군 형법 교육을 했다”며 “전문가들이 아닌 간부 주관하에 교육이 이뤄지기 때문에 선후임 간의 관계를 허심탄회하게 말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기 힘들다”고 말했다.

군 인권교육에 명확한 기준이 없는 것도 문제다. 국방부 훈령(군 인권교육 훈령)에 따르면 군대 인권교육 대상을 ▲부대 내 인권교육 ▲인권교관 교육 ▲인권 관련 업무종사자 인권교육 ▲사이버 인권교육으로 나누고 있을 뿐 교육 주제와 전문 강사 등에 대한 구분은 없다.

이 때문에 병사들은 입대 후 4차례에 걸쳐 4시간의 교육을 받는 정도이며, 지휘관의 형식적인 토론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강승현 기자 byhuma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