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 28사단 윤모 일병 폭행사망 사건 이후 군의 대응 태도가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국민 눈높이에 맞춰 병영문화 개선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에 진력하는 진정성 있는 모습을 내보이기보다는 지엽말단적인 대책 발표에 급급하거나 눈에 보이는 이미지 개선과 단편적 일회성 행사 만들기에만 열을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새롭게 발족한 민·관·군 병영문화혁신위원회 역시 문제점을 보다 면밀하게 진단하지 못한 채 생산성과 실효성 없이 덩치만 키운 또 다른 조직이라는 지적이 많다.

이와 관련, 병영 내부 고발자의 철저한 보호가 보장되지 못하는 상황에서 ‘국방 옴부즈맨(군인 호민관)’ 제도나 가혹행위 발생 시 상급부대 신고 의무 제도 같은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엽기적인 해병대 ‘변기 핥기’ 악습(문화일보 8월 7일자 1면 참조)이 보도된 이후 이 같은 사실을 소원수리한 병사와 그의 부모들이 선임병사의 보복을 두려워하며 가슴을 졸이고 있는 현실에서 보듯 군내 내부고발은 또 다른 폭행을 생산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는데도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군의 내부 통제가 지닌 한계점을 노출하고 있는 것이다.

상황이 이처럼 심각한데도 군은 사병들의 ‘휴대전화 소지 검토’라는 곁가지 대책만 내놓고 있다. 장병들이 휴대전화로 외부와 소통하면서 폭력이 줄어들 것이라고만 판단했을지 모르지만, 내부 고발자 보호가 안되는 현실에서 더 많은 보복폭행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부작용을 심각하게 고려치 않는 모습이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7일 전방순시에 나선 것에 대해서도 국민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국방부 장관이 전방의 병사를 안아주는 모습은 평소 같으면 ‘좋은 이미지’일지 모르지만 곪아터진 병영의 내부가 공개된 상황에서 ‘쇼’에 불과할 수도 있다는 평가다. 특히 한 장관이 윤 일병 폭행사망 사건과 관련해 “전군이 그런 것처럼 국민께 비치는 게 안타깝다”고 한 발언은 이번 사건이 특정 부대, 특정 병사의 문제라는 장관의 문제 인식의 단면을 보여주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평가도 있다.

전문가들은 구타가 발생할 때마다 군이 자체적으로 내놓은 대책이 그동안 실효성이 없었던 만큼 이제는 외부 통제의 필요성을 군이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주문하고 있다. 가장 현실적인 것이 국회 등에 소속돼 군 부대를 자유롭게 방문하면서 인권을 감시하고 기본권을 보호하는 국방 옴부즈맨 제도의 도입이다. 이 같은 제도는 현재 군이 수십 년째 관성적으로 해오는 ‘소원수리’제도가 오히려 병영문화를 더욱 힘들게 하는 상황에서 주목된다.

병사들에 따르면 소원수리 후 돌아올 보복은 병사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윤 일병 사건의 구타 주동자인 이모(25) 병장도 이등병 시절 전 부대에서 소원수리를 했다가 ‘배신자’로 낙인 찍혀, 현재의 부대로 전출왔던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국방 옴부즈맨 제도는 노무현 정권 때인 지난 2005년 우리 군의 특성에 잘 맞는다고 해서 검토한 적이 있는 제도다. 군사비밀 누출 우려 등 군의 특성을 강조하며 10여 년째 반대하고 있는 군이 병사의 휴대전화 소지를 검토하겠다는 것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방승배 기자 bsb@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