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SOS’ 윤모 일병 폭행사망 사건 파장이 확산되는 가운데 한 장병이 8일 오전 ‘국방 헬프콜 SOS’라고 쓰여진 현수막이 걸린 국방부 담장 앞을 지나가고 있다. 김선규 기자 ufokim@munhwa.com

육군 28사단 윤모 일병 폭행사망 사건으로 병영 내 폭력문화에 대한 국민적 질타와 우려가 쏟아지는 가운데, 군 출신 원로들과 전문가들은 이 같은 구타·가혹행위는 군 사병의 인권을 유린하고 기강을 흔들어 결국은 안보를 위협하게 된다고 걱정했다.

이들은 이에 따라 군대 내 폭력과 가혹행위를 안보 차원에서 접근해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박휘락 국민대 정치대학원 교수는 8일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윤 일병 사건은 심각한 안보 차원의 문제로, 이 상황에서 전쟁이 일어나면 윤 일병과 이 병장이 서로 총을 겨누고 싸우지 않겠느냐”며 “더 근본적으로는 적으로부터 국민들의 생명과 재산을 방어하는 게 군대가 존재하는 목적인데, 간부들이 전부 자기 사병 관리에 시간을 다 빼앗기면 본연의 임무에 소홀해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강한석 전 21보병사단장도 “월남전에서 미군 내 부하가 상관에게 수류탄과 소총으로 공격을 가한 건수가 무려 1700건이 넘었고 확인된 희생자만도 300여 명이 됐다”며 “윤 일병 사건을 제대로 해결하지 않을 경우 심각한 안보 문제가 야기되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강 전 사단장은 “이같은 구타·가혹 행위는 군의 입장에서는 사기 저하, 전투력 저하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양욱 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은 “윤 일병 사건에서 허위보고·은폐 의혹도 계속 불거지는데 역사적으로 패전한 나라들을 보면 하나같이 보고체계에 문제가 있었다”며 “각 사병이 대한민국 체제에 대한 우월성, 우리 군에 대한 확신을 갖고 나라를 지켜야 하는데 ‘필요악’적 존재로 구타나 폭력에 의해 통제되는 사병이 얼마나 잘 싸울 수 있겠느냐”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하나같이 근본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데에도 공감했다.

김희상 안보문제연구소(KINSA) 이사장은 “기본적으로 군 기강이 무너져서 생긴 일”이라며 “이대로라면 군대가 제대로 임무를 수행하기 어려운 만큼 초급장교, 부사관에 우수한 인재들이 가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 연구위원은 “사병이 많고 소수의 간부들이 관리하는 구조 자체를 되돌아볼 필요도 있고 병사들의 생활을 규제하는 방안에 대해 사회과학적으로 데이터를 축적하는 작업도 고려할 만하다”고 말했다.

민병기·김만용 기자 mingmi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