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방한을 계기로 난항을 겪어온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 ‘브레이크스루’(breakthrough·돌파구)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6월 박근혜 대통령의 중국 방문 후에 한·중 FTA 1단계 협상이 급물살을 탔던 전례가 있는 데다 시 주석이 연내 타결에 ‘강한 의지’를 표명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최근 한·중 FTA는 한국은 중국의 농산물 공세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반면 중국은 한국 같은 제조업 강국과 FTA를 체결한 경험이 없어 실무 협상에서 별다른 진전이 없었다.

산업통상자원부 고위 관계자는 3일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지난 4월부터 시작한 2단계 협상을 조기에 마무리 지을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되도록 한다는 데 양국이 기본적 인식을 공유하고 있다”며 “3월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보다 진전된 내용이 성명서에 반영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헤이그 정상회담에서 두 정상은 “올해 한·중 FTA가 타결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 나가자”고 합의했다.

양국은 2012년 5월 첫 한·중 FTA 협상을 시작한 이후 지금까지 11차례 공식 협상을 했다. 2013년 9월 7차 협상에서 품목 수 기준 90%, 수입액 기준 85%의 자유화(관세 철폐)에 합의하며 1단계 협상을 끝냈다. 올해 5월 11차 협상까지 진행된 2단계 협상에서 양측은 품목별 시장 개방 범위를 놓고 줄다리기를 벌였다.

한국은 중국에 석유화학·기계 등 제조업, 정보기술(IT), 서비스 시장의 조기 개방을 요구했다. 반면 중국은 한국이 가장 민감해하는 농수산물 시장의 무역장벽을 없애야 한다고 맞섰다. 이에 따라 공정거래 등 경쟁 관련 규범, 전자상거래, 통관절차 등 몇 가지 분야에서는 협상에 진전을 이뤘지만 핵심 쟁점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틈을 좁히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중 정상이 만나 FTA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각자 자국 이해 관계자를 설득하면 농산물, 철강 등 민감 품목에서도 ‘통큰 결단’이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김영귀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지역무역협정팀장은 “첨예하게 맞서는 쟁점을 실무 차원에서 해결하기는 어렵다”며 “양국 정상이 FTA 타결에 대한 정치적 의지를 밝히면 협상이 급물살을 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민철 기자 mindo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