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3일 한·중 정상회담에서 일본의 우경화 행보에 대해 공동으로 우려의 목소리를 낸 것은 최근 일본의 도발 수준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는 데 양국이 인식을 함께 했기 때문이다. 다만 공동성명에는 외교관례상 제3국을 직접 언급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판단에 따라 ‘일본’이라고 직접 거명하지는 않지만 누가 봐도 일본의 도발 행위에 대한 것임을 알 수 있게 하고 지난해 ‘한·중 미래비전 공동성명’보다 더 강한 표현이 동원됐다는 설명이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강력한 의지를 갖고 추진 중인 집단자위권 행사 방침과 일본군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인정한 고노(河野)담화의 훼손을 시도한 검증보고서 등 최근 일본의 도발 수위가 높아지고 있고 이 같은 일본의 우경화와 역사왜곡 도발이 지속된다면 동북아시아 역내의 평화와 안정을 해칠 것이라는 위기의식도 공통으로 작용했다.

박 대통령은 2일 중국 관영 CCTV와의 인터뷰에서도 이 같은 인식을 드러냈다. 박 대통령은 “일부 일본 정치 지도자의 잘못된 역사관, 퇴행적인 언행으로 한·일 관계가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대통령은 특히 최근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의 고노담화 검증시도 등 역사퇴행적 행동에 대해 “피해자 분들 마음에 큰 상처를 주는 일이고, 국가 간 신뢰를 저버리는 일이며, 국제사회의 준엄한 목소리를 무시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지난해 6월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 직후 발표한 공동성명에서도 양국은 ‘일본’이라고 직접적인 표현은 하지 않았지만 “아시아 지역이 경제 발전과 상호의존의 확대에도 불구하고 정치·안보 협력은 이에 미치지 못하는 역설적인 현상에 직면하고 있고, 특히 최근에는 역사 및 그로 인한 문제로 역내국가 간 대립과 불신이 심화되는 불안정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데 대해 우려를 표명한다”고 밝히면서 일본의 과거사 관련 도발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낸 바 있다.

박세영 기자 go@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