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긴 한숨 한국 대표팀의 박주영이 27일(한국시간) 상파울루 코린치앙스 경기장에서 열린 2014 브라질월드컵 H조 벨기에와의 3차전에서 벤치에 앉아 심호흡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때 ‘축구천재’로 불리던 박주영(29·아스널)이 2014 브라질월드컵을 누구보다 씁쓸하게 마무리했다. 27일(한국시간) 한국과 벨기에의 조별 리그 H조 3차전을 앞두고 소속팀에서는 방출 통보를 받았고, 대표팀에서는 벨기에 전에 출전도 못 하고 벤치를 지켰다.

아스널은 이날 홈페이지를 통해 이달로 계약이 만료되는 선수 11명의 명단을 발표했다. 박주영의 이름도 있었다. 박주영은 당장 7월 1일부터 소속팀이 없는 ‘무적 선수’가 된다.

명단에 들어간 11명 전원의 처지가 같은 것도 아니다. 니클라스 벤트너(26)는 박주영처럼 계약기간 만료와 함께 방출됐지만, 바카리 사냐(31)와 우카시 파비안스키(29) 등은 다른 팀으로 이적이 확정돼 있다. 임대 기간이 끝나 원 소속팀으로 돌아가는 선수들도 있다. 반면 박주영은 지난달 말부터 아스널에서 자유이적 명단에 오른 상태였다. 시즌 구상에서 박주영을 배제했다는 게 이미 확인됐던 셈이다. 특히 아스널은 한국의 월드컵 16강 탈락이 확정되는 경기 직전에 계약만료 명단을 발표하며 박주영에게 비수를 꽂았다. 박주영은 2011∼2012 시즌을 앞두고 프랑스 모나코에서 아스널로 이적했다. 그러나 아르센 벵거(65) 감독의 신임을 받지 못해 활약은 전무했다. 2011년 10월 볼턴과의 칼링컵 경기에서 아스널 데뷔골을 터뜨렸지만, 정규 프리미어리그에는 교체로 1경기 출전에 그쳤다. 이듬해 스페인 셀타 비고로 임대돼 22경기에서 3골을 넣은 뒤 복귀했으나, 다시 벤치만 지키다 지난 1월 왓퍼드로 임대됐다. 왓퍼드에서도 2경기 출전에 그쳤고, 결국 아스널에서 완전히 방출됐다.

그럼에도 브라질월드컵 한국 대표팀에서는 홍명보(45) 감독의 ‘무한 신뢰’ 속에 원톱 스트라이커 역할을 맡았다. 평가전부터 계속된 부진에 비난이 일었지만 홍 감독은 본선 2차전까지 그를 선발 출전시켰다. 그러나 경기 감각을 잃어버린 박주영은 2경기에서 달랑 슈팅 1개를 남겼다. 홍 감독은 26일 기자회견에서 “박주영의 경기력은 그렇게 나쁘지 않았다”며 마지막으로 제자를 감싼 뒤 27일 경기에 내보내지 않았다. 반면 3차전에 박주영 대신 선발출전한 김신욱(26·울산)은 선전했고, 1차전 때는 박주영 교체멤버로 들어간 이근호(29·상주)가 골을 넣었다. 박주영은 소속팀에서는 물론 월드컵에서도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함에 따라 유럽에서 새 팀을 찾는 데도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김성훈 기자 tarant@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