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2014 브라질월드컵에서 1무2패라는 기대 이하의 성적을 남긴 건 세계 축구의 선진흐름을 놓쳤기 때문이다.

이번 대회에선 원톱 대신 공격수를 2∼3명 기용하는 투톱, 스리톱 전형이 각광을 받고 있다. 브라질·아르헨티나·프랑스 등이 4-3-3 포메이션, 네덜란드·멕시코·칠레 등은 5-3-2로 손쉽게 16강 티켓을 손에 넣었다. 반면 원톱에 의존한 팀들은 아픔을 맛봤다. 2연패를 장담했던 스페인, 월드컵 4회 우승을 자랑하는 이탈리아, 그리고 축구 종가 잉글랜드 등 유럽의 전통적인 강호들은 4-5-1(4-2-3-1)을 들고 나와 조별리그 탈락의 수모를 겪었다. 한국과 일본(1무2패) 역시 4-2-3-1이지만 1승도 챙기지 못했다.

4년 전 남아공월드컵에선 4-2-3-1 포메이션이 큰 인기를 누렸다. 스페인은 4-2-3-1을 바탕으로 한 티키타카(스페인어로 탁구공이 왔다갔다 한다는 뜻) 전술로 우승을 차지했다. 4-2-3-1은 미드필드에 5명을 배치하는 포메이션이다. 미드필드에서 끊임없이 패스를 주고받으면서 볼 점유율을 높이고, 탁구공이 왔다갔다 하듯 짧고 강한 패스로 수비진을 교란한 뒤 득점으로 연결하는 전략이다. 하지만 미드필드를 중시하기에 공격수를 1명 내세운다. 이 때문에 득점력이 상대적으로 낮아질 수밖에 없다.

브라질월드컵에선 원톱 대신 공격수를 2∼3명 기용하는 투톱, 스리톱이 위력을 떨치고 있다. 투톱과 스리톱은 공격수가 많기에 화끈한 골 퍼레이드를 펼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그리고 미드필드의 역할이 축소된다. 미드필드에서 패스를 주고받으면서 시간을 보내는 게 아니라 후방에서 전방으로 공을 직접, 빠르게 연결해 득점을 노린다. 이번 대회에서 빠른 공수 전환을 바탕으로 한 짜릿한 역습이 자주 연출되고 골 잔치가 이어지는 이유다. 조별리그 48게임에서 모두 136골로 게임당 평균 2.83득점이 나왔다. 남아공대회의 2.27골보다 높다. 브라질의 네이마르(22), 아르헨티나의 리오넬 메시(27·이상 FC 바르셀로나)는 다른 공격수 2명의 지원을 받으면서 득점 공동선두(4골)를 형성하고 있다.

투톱, 스리톱으로의 변화는 이미 지난해부터 감지됐다. 브라질에서 열렸던 2013 컨페더레이션스컵에서 4-3-3의 브라질이 4-2-3-1의 스페인을 꺾고 우승했다. 국제축구연맹(FIFA)의 컨페더레이션스컵 보고서는 “미드필드에서 강한 압박을 지속하지 않았다. 또 볼 점유율만큼 빠른 공수 전환을 추구하는 효율성이 두드러졌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한국과 일본은 이 같은 세계 축구의 전술 변화를 외면하고 스페인을 롤 모델로 삼았다. 홍명보 대표팀 감독은 월드컵 이전까지 16경기에서 15골(5승3무8패·22실점)에 그치는 득점력 빈곤에 허덕이면서도 원톱을 고집했다. 일본은 티키타카를 모방한 이른바 스시타카를 완성했다며 들떴지만 패스 축구의 한계에 부딪혔다. 한국과 일본 모두 미드필드, 즉 중원에 스스로를 가둬 최악의 성적표를 받았다.

이준호 기자 jhle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