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정당국의 재산 환수 작업이 본격화되자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처남인 권오균 씨 소유의 부동산에도 급하게 근저당권이 설정된 것으로 확인됐다.

사정당국은 유 전 회장 일가의 재산 지키기 움직임이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재산 환수 작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국세청이 이미 압류한 유 전 회장 일가의 부동산 대부분이 이미 금융권에 담보로 제공된 상태여서 재산 환수 작업에 큰 차질이 우려된다.

26일 사정당국 등에 따르면 권 씨가 소유한 서울 강남구 삼성동 토지의 공유 지분과 건물 일부에 지난 5월 1일 근저당권이 설정된 것으로 드러났다. 신분이 밝혀지지 않은 유 모 씨가 2억 원의 근저당권을 설정한 것이다.

장남 대균 씨 회사인 트라이곤코리아(건설)의 대표를 맡고 있는 권 씨는 유 전 회장 일가 관계사들의 경영에 깊숙이 관여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정당국은 권 씨가 부동산을 소유한 이곳 일대의 경우 유 전 회장 일가와 관계사들이 집중적으로 부동산을 매입해 온 지역이어서 부동산 거래 과정을 일일이 확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기독교복음침례회(구원파)는 지난 4월 말 트라이곤코리아의 부동산 24건에 대해 근저당권을 설정하면서 4년 전에 대여해 준 270억 원의 담보를 잡은 것이라고 밝혀 재산환수 회피 의혹이 불거진 상황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유 씨 일가 측의 부동산 대부분이 이미 금융권에 담보로 잡혀 있어 재산 환수가 여의치 않다는 점이다. 권 씨만 해도 거주지로 알려진 경기 과천시 갈현동 및 경기 의왕시 학의동 일대 토지·건물 등 8건은 이미 지난해 3월 S신용협동조합의 25억7000만 원 대출(이하 채권최고액 기준)의 담보물로 잡혀 있다.

대균 씨 소유의 서울 강남구 청담동 토지 및 건물도 지난 16일 서초세무소로부터 압류 처분을 받았으나 이미 2년 전에 경남은행 대출(23억 원)의 담보물로 제공된 상황이었다. 경매로 넘어갔다가 대균 씨가 매입한 유 전 회장의 옛 자택인 대구 남구 대명동 부동산도 2012년 한평신협에 대출(3억7800만 원) 담보물로 제공됐다. 사정당국의 한 관계자는 “유 전 회장 일가의 부동산을 압류했더라도 채무변제 순위 등을 고려하면 실제 환수금액은 현저하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관범 기자 frog7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