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유병언(73) 전 세모그룹 회장에 대한 현상금을 대폭 늘렸지만, 내부 고발자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더 상향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검찰은 25일 1390억 원대 횡령·배임·조세포탈 등 혐의를 받고 있는 세월호의 실소유주인 유 전 회장에게 걸린 현상금을 5000만 원에서 5억 원으로 10배로 올렸고, 장남 대균(44) 씨에 대한 현상금도 3000만 원에서 1억 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검찰이 지난 22일 이들 부자에 대한 현상금과 함께 전국에 A급 지명수배를 내린 지 3일 만에 수사기관의 단일 사건 역대 최고 금액으로 현상금을 다시 올린 것이다. 검경은 현상금을 절반씩 나누어 충당할 계획이다.

검찰이 이처럼 현상금을 높인 이유는 유 전 회장이 기독교복음침례회(일명 구원파)의 비호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적은 금액으로는 실효성이 없다고 분석했기 때문이다. 현상금 증액의 효과는 나타나고 있다. 신고가 두 배로 증가하고 있고, 네티즌들도 ‘유병언은 걸어다니는 로또’ ‘5억 원 정도면 내부 배신자가 나올 액수다’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유 전 회장을 체포하기 위해서는 내부 고발자의 제보가 절실하다. 현상금이라는 게 결국 내부 충성집단의 변심을 유도할 수 있어야 실효성이 있는 셈이다. 검찰이 21일 금수원을 압수수색할 당시 금수원 안에 머물렀던 신도들 중에는 미리 유서를 작성했던 신도들이 많다고 알려질 정도로 유 전 회장이 사실상 구원파 내에서 ‘절대적인 존재’로 자리 잡고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결론적으로 만일 검찰이 최측근에 둘러싸인 유 전 회장을 하루빨리 잡고 최측근의 배반을 유도하기 위해 현상금을 이용할 생각이라면 최측근이 평생 먹고살 만큼 현상금을 지금보다 더 큰 폭으로 다시 올리고, 익명성을 철저히 보호해줘야 할 것이다.

인천=이상원 전국부 기자 ysw@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