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계열사들이 지난해 회계연도 감사보고서에 대한 정정공시(재무제표에 누락된 기록을 추가하거나 오류를 바로잡는 것)를 최근 잇따라 내고 있다. 이들 회사는 감사보고서를 제출할 당시엔 상세히 기재하지 않았던 특수관계자와의 거래에 대해 집중적으로 정정하고 있다. 또 검찰이 이들 계열사가 유 전 회장 일가의 비자금 조성에 동원됐는지 여부를 집중적으로 수사하는 도중에 나온 공시여서 이들 기업 재무제표의 신뢰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으며, 회계법인과 공모한 부실감사 의혹마저 일고 있다.

26일 금융감독원 등에 따르면 유 전 회장의 계열사인 아해와 온지구는 지난 23일 감사보고서에 대한 정정공시를 냈다. 먼저 아해는 지난 4월 7일에 감사보고서를 제출할 땐 특수관계자와의 거래내역을 누락했다가 뒤늦게 수수료 명목으로 16억3600만 원을 지급했다고 밝혔다.

세부 내역을 살펴보면 아해는 유 전 회장 일가와 관련이 깊은 것으로 알려진 컨설팅회사 키솔루션에 13억9600만 원을 지급했다. 역시 유 전 회장과 연관이 있는 컨설팅회사인 붉은머리오목눈이엔 1억8000만 원, 지주사인 아이원아이홀딩스엔 6000만 원을 준 것으로 나타났다.

아해는 또 계열사인 다판다(3150만 원)와 헤마토센트릭라이프연구소(3200만 원), 흰달(1억 원), 천해지(4645만 원) 등과 총 2억995만 원 상당의 매입거래가 있었다고 추가로 공시했다. 자동차 부품을 만드는 계열사인 온지구도 23일 특수관계자들과 6억1900만 원 규모의 거래가 있었다는 사실을 정정공시했다. 곤산세우세기차배건유한공사를 상대로는 3억8900만 원의 매출을 올렸고, 1억6500만 원 상당의 제품을 매입했다. 천해지에서도 472만 원 상당의 제품을 매입했다. 지주회사인 아이원아이홀딩스엔 아해와 마찬가지로 6000만 원을 수수료 명목으로 지급한 사실도 드러났다.

이들 회사의 정정공시를 단순 누락이나 실수만으로 볼 수 없는 것은, 현재 검찰이 유 전 회장 일가가 계열사 간 내부거래를 통해 비자금을 조성하고 회사에 손해를 끼친 일이 있는지에 대해 수사중인 상황에서 이 같은 공시가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노기섭 기자 mac4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