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26일 오전 경찰이 5억 원으로 신고보상금이 상향 조정된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수배전단지를 시민들에게 나눠주고 있다. 김선규 기자 ufokim@munhwa.com

검찰은 유병언(73) 전 세모그룹 회장이 26일 오전까지 전남 순천 일대를 벗어나지는 못한 것으로 보고 이 지역에 대한 수색을 강화하고 있다. 검찰이 “유 전 회장을 거의 따라 잡았다”고 밝힐 정도로 포위망이 좁혀진 상태다. 검찰은 유 전 회장이 측근 2∼3명과 함께 신도 소유의 차량을 이용해 이동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하지만 전남 지역은 유 전 회장의 도피가 상대적으로 유리한 지역이기도 하다. 전남에는 기독교복음침례회(일명 구원파)와 유 전 회장 일가가 보유한 부동산이 산재해 있어 유 전 회장이 이들 지역에서 숨어지내다 밀항을 시도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 전남은 유 전 회장 일가에게 ‘제2의 금수원’과 같은 곳으로 분류된다. 유 전 회장 일가가 실소유주로 알려진 수십만㎡ 넓이의 부동산이 곳곳에 산재해 있고, 대부분 해안가와 인접해 있어 밀항이 상대적으로 용이한 곳이다. 일부는 인근 섬 지역에 위치해 있어 검찰과 경찰의 추적을 따돌리기에도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

몽중산다원 영농조합은 전남 보성군에 15만㎡, 호일 농업회사법인은 무안군에 114만㎡ 부동산을 각각 보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수색에 난항을 겪었던 경기 안성시 금수원(26만㎡)보다 넓은 농장이다. 하나둘셋영농조합과 삼해어촌영어조합 역시 완도군에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다. 신안군의 염전도 은신처로 사용될 가능성이 제기되는 지역이다.

검찰은 유 전 회장이 전남 순천의 S휴게소 인근에서 빠져나온 뒤 보성의 녹차밭인 몽중산다원에 은신해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25일 120여 명의 수사관과 경찰 인력 등을 투입했지만 검거에는 실패했다.

전남 여수에는 청해진해운의 지역본부가 위치해 있다. 현재 여객선 운항이 중단된 상태이긴 하지만 이 지역에는 유 전 회장의 은신이나 밀항을 도울 수 있는 ‘충성도’가 높은 구원파 측근들이 다수 포진해 있다.

검찰은 유 전 회장의 밀항 가능성에 대비해 여수 지역을 중심으로 해경 등의 협조를 얻어 감시를 강화하고 있다. 하지만 전남에는 여수 외에도 밀항이 가능한 섬들이 많다는 게 검찰의 고민이다. 완도군 노화도는 삼해어촌영어조합이, 보길도 역시 하나둘셋영농조합이 소유한 땅이 있다.

전문가들은 검찰의 수색이 강화되자 유 전 회장이 한곳에 머물지 못하고 움직이면서 새로운 도피처를 찾고 있다고 분석한다.

이수정(범죄심리학) 경기대 교수는 “유 전 회장에게 국내에서는 다른 가능성을 도모할 수 있는 여지가 없다”며 “결국 밀항밖에 뾰족한 수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 또 “한곳에 오래 머물지 못하는 도주 스타일로 볼 때 유 전 회장이 계속 뭔가를 시도하고 있는 것 같다”며 “연고지와 항구라는 이점을 가진 도시에서 조력자를 찾아 밀항 계획을 구체화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추정했다.

곽대경(경찰행정학) 동국대 교수 역시 “현상금이 올라가고 포위망이 점점 좁혀 올수록 오래 머물지 않고 움직이는 전략을 계속 사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동하·이근평 기자 kdhah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