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28일 ‘한·중 비즈니스 포럼’에서 양국 기업인들을 상대로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은 지금까지의 양국 경제협력 틀은 한계에 봉착했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지난 1992년 수교 당시 63억 달러에 불과했던 한·중 교역이 2012년 2563억 달러로 40배 이상으로 증가했지만, 질적 도약을 꾀하지 않고 이 같은 양적 성장에 안주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에게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한·중 정상회담이 있었던 27일이 ‘정열(政熱)의 날’이었다면 28일은 ‘경열(經熱)의 날’이라 할 수 있다. 이번 방중을 수행한 국내 경제사절단과 조찬 간담회를 가진 데 이어 한·중 양국 기업인들을 상대로 연설하는 일정까지 소화했다.

특히 양국 기업인들 앞에 내놓은 박 대통령의 핵심 메시지는 “한·중 교역의 미래를 새로운 구조로 만들어 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박 대통령은 “지금까지 양국 간 교역은 북미와 유럽으로 수출되는 최종 소비재에 사용하는 중간재와 부품을 중심으로 이뤄져 왔다”며 “이런 교역구조는 수입국의 경기에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제 양국이 각자 내수 소비재 시장을 확대하고, 서로의 소비재 시장 진출을 강화해 외부 요인에 흔들리지 않는 안정적인 교역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핵심 메시지가 궁극적으로 한·중 FTA 체결에 초점을 맞추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박 대통령은 특히 한·중 양국 정부가 모두 내수시장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공통점에 주목했다. 박 대통령은 “한국 정부는 수출 위주의 경제정책에서 수출과 내수가 함께 성장을 이끄는 ‘쌍끌이형 성장’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하고 있고, 중국 정부도 연안지역의 성공적 발전을 내륙으로 확산하기 위해 ‘서부 대개발’ ‘중부 굴기’ ‘동북 진흥’ 등 다양한 정책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서부 대개발의 전진기지인 시안(西安) 방문 일정을 소개하면서 “한국 기업들은 ‘글로벌 파트너링 차이나’에 참가해 중국 내륙 기업들과 협력을 모색할 것”이라며 “중국 기업인 여러분도 ‘중국의 꿈(中國夢)’을 함께 이뤄갈 좋은 한국의 동반자를 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경제 분야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양국의 공통점을 부각시킴으로써 공조의 시너지 효과를 강조했다. 정부가 전략적으로 창조경제를 추진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중국 정부의 자주창신(自主創新) 정신을 언급했다. 박 대통령은 여러 사례를 들면서 “자주창신 정신에 기초해 추진 중인 신흥산업 육성 계획과 한국 정부의 창조경제가 상호 협력으로 이어진다면 큰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오남석 기자 greente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