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27일 밝힌 북한에 대한 핵보유 불인정, 도발중단 불보상, 대화복귀 불지원, 남북관계 개선 없는 북·미대화 불진전 등 대북정책 ‘4불(不)원칙’은 북한 핵문제 해결과정에서 도발과 위협, 협상을 반복하는 평양의 전략에 휘말리지 않겠다는 확고한 의지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와 함께, 북한이 국제원자력기구(IAEA) 감시단의 재입북을 허용하고 확실한 비핵화 조치를 취해야 대화와 협상이 가능하다고 언급해 한국과 중국 정부에 대해서도 무조건적인 6자회담 재개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경고를 보낸 것으로 해석된다.

미 국무부의 제임스 줌월트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대행은 이날 워싱턴DC 의회 레이번 빌딩에서 열린 하원 청문회에서 대북정책의 원칙을 사전 설명자료를 통해 밝혔다.

이날 그는 “북한이 2005년 9·19 비핵화 공동성명의 이행과 불가역적 비핵화 조치를 통한 국제의무를 준수해야 진정성 있고 신뢰할 만한 협상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미국이 커트 캠벨 전 동아태 차관보의 후임자로 대니얼 러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이 지명되는 등 한반도 라인이 교체되는 과정에서 대북정책의 원칙을 종합적이면서 구체적으로 밝힌 것은 최근 들어 처음이다. 특히 그는 “남북 관계의 개선없이는 북·미 관계도 진전될 수 없다”고 강조해 박근혜 행정부와의 대북공조 체제가 확실하게 유지되고 있음을 나타냈다.

줌월트 차관보 대행은 북한의 핵무기 보유국 지위 인정 요구에 대해서도 “북한을 핵무장 국가로 인정할 수도 없다”고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또 “북한이 단순히 도발을 멈춘다고 보상을 하거나, 대화의 테이블로 돌아온다고 해서 지원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해 구체적이고 실현가능한 비핵화조치가 없을 경우에 대가는 없다는 사실을 재확인했다. 줌월트 차관보 대행은 한·중 정상회담에 대해서도 “박근혜 대통령이 중국에 북한이 비핵화의 진정성을 보이도록 설득하고 영향력을 발휘해달라고 직접 얘기하는 것이 매우 도움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북한 핵개발 및 대량파괴무기(WMD) 확산에 관여한 것으로 파악된 북한 대동신용은행(DCB)과 DCB파이낸스 등 기관 두 곳과 김철삼(42) DCB파이낸스 중국 다롄(大連) 지점 대표와 손문산(62) 북한 원자력총국 대외국장 등 개인 두 명을 특별지정제재대상(SDN) 리스트에 추가했다.

워싱턴 = 이제교 특파원 jkle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