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한·중 정상회담에서 북한 핵문제는 ‘북핵 폐기’가 아니라 ‘한반도 비핵화’로 표현됐다. 중국의 요구가 강하게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중국은 핵무기 개발로 한반도 및 동북아 평화·안정을 해치는 당사자로 북한을 지목하는 것에 난색을 표하면서 ‘유관’이라는 표현으로 간접 지칭됐다. 한·중 정상이 “북핵 불용” 원칙에 기본적인 인식을 같이하면서 북한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및 9·19 공동성명 준수를 촉구하는 등 진전을 이뤘지만, 근본적 한계는 뛰어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한·중 정상회담 뒤 채택한 ‘한·중 미래비전 공동성명’에서 ‘한국 측은 북한 핵 절대 불용’이라고 명확히 지칭했지만, 한·중이 공동 입장을 취하는 대목에서는 ‘북한’으로 지칭되지 않고 핵무기 개발 관련국을 의미하는 ‘유관’으로 표현됐다. 북한을 직접적으로 자극하지 않겠다는 중국 측 입장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또 ‘북핵’도 기존 중국식 표현인 ‘한반도 비핵화’로 명시됐다. 중국 내에서 북핵 경각심이 높아지기는 했지만, 기본적으로는 남측의 핵 개발 가능성과 미국의 핵 배치 등을 견제하는 심리가 여전하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번 공동성명은 이 같은 몇 가지 한계에도 불구하고 내용적 측면에서는 상당히 진전됐다는 게 외교당국의 평가다. 공동성명에서 “이와 관련, 양측은 유관 핵무기 개발이 동북아 및 세계의 평화와 안정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 된다는 점에 인식을 같이했다”고 밝힌 부분이다. 특히 지난 7∼8일 미·중 정상회담에서 논의됐던 ‘북핵 개발→일본·한국 핵개발→동북아 평화안정 저해’로 이어지는 ‘동북아 핵도미노’ 우려를 전 세계 안보 위협으로까지 연결시킨 것도 주목할 대목이다.

공동기자회견에서 박 대통령이 “우리 두 정상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북한의 핵보유는 용인할 수 없다는 데에 인식을 같이했다”고 밝힌 점도 중국이 문서상 표현에만 예민했음을 드러낸다.

또 전략대화 채널이 과거 ‘차관급’ 위에 ‘중국의 외교담당 국무위원(부총리급)과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장관급)’ 간의 채널을 만들기로 하면서 외교안보의 소통 채널만큼은 분명 강화한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 ▲외교장관 핫라인 가동 ▲외교차관 전략대화 연 2회로 확대 등과 같은 고위급 채널 대폭 확대는 실질적인 북핵 문제 등을 협의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신보영 기자 boyoung22@munhwa.com


한·중 미래비전 공동성명 주요 내용

◆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 내실화
- 정상 간 상호방문 및 서한·전화교환·특사파견 등 상시적 소통 추진
-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중국의 외교담당 국무위원 간 대화체제 구축
-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의 다음 단계 진전 노력 강화

◆ 한반도
- 남북 당국 간 대화 등을 통한 한반도 문제 해결
- 핵무기 개발은 한반도·동북아 및 세계 평화와 안정에 심각한 위협
- 한반도 비핵화 실현 및 한반도 평화와 안정 유지가 공동이익에 부합
-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및 9·19공동성명 등 국제의무와 약속 성실 이행
- 6자회담 틀 내에서 각종 형태의 양자 및 다자대화 강화
- 중국은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구상 환영. 한반도의 평화통일 실현 지지
- 한국은 북한의 핵보유 절대 불용 천명. 한반도에서의 새로운 변화 관련 중국의 건설적 기여 희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