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지난해 7월 경기 양주의 한 태권도장에서 30대 관장 A씨가 B군을 학대하고 있는 장면이 담긴 CCTV 영상. JTBC 캡처

재판부 "반성문 가치 없어"
다른 아이 25명도 학대


5세 아동을 말아서 세워놓은 매트 사이에 거꾸로 집어넣어 숨지게 한 30대 태권도 관장이 법원에 9차례에 걸쳐 반성문을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28일 JTBC에 따르면 태권도 관장 최모 씨가 법원에 제출한 약 70쪽 분량 반성문엔 "어릴 적부터 형편이 어려웠지만 내 아이에게 가난을 물려주기 싫어 누구보다 치열하게 살아왔다", "지금껏 사고 싶은 것 하나 제대로 못 샀다"는 등 하소연이 담겼다. "교도소에 와보니 다른 생각보단 부모님께 죄스럽다"고 한 최 씨는 숨진 아이에 대해 사과나 반성보다 "마치 아빠가 된 듯한 느낌을 느꼈다"며 "사랑해 주는 방식이 조금씩 거칠어지기도 했다"고 변명했다.

또 범행 당시 상황에 대해 "다른 사범을 믿고 전화 업무에 집중했다"며 "(아이를 매트에서) 꺼내라고 손짓했는데 사범이 이해하지 못했다"면서 책임을 전가했다.

피해 아동 박모 군의 어머니는 "어제 (최 씨 반성문 읽고 나서) 쓰러졌었다"며 "그건 반성문이 아니다. 그냥 자기가 대단한 사람이란 것 밖에 없다"고 말했다.

반성문을 열람한 재판부도 "피고인이 제출한 반성문은 반성문으로서의 가치도 없다"며 최 씨를 꾸짖었다.

검찰은 박 군에 대한 추가 학대와 다른 아동들에 대한 학대 혐의로 최 씨를 추가로 기소했다.

최 씨는 지난해 5월부터 두 달여에 걸쳐 박 군에게 100여 차례 달하는 학대를 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매트에 갇혔던 아이는 박군뿐만이 아니었다. 다른 아동도 2시간 가까이 매트 안에서 두려움에 떨어야 했으며, 최 씨로부터 머리나 뺨을 맞거나 귀를 잡혀 끌려다니는 등 30여 차례 학대를 당한 아동도 25명 정도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19일 의정부지법 형사11부 오창섭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재판에서 최 씨에 대해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검찰은 "아동에 대한 신체적 학대 행위는 목적과 의도가 필요하지 않다는 확립된 법리에 따라 그 자체로 고의가 없었다는 부분은 주장의 이유가 없다"며 "피고인은 급박한 상황에서도 CCTV 영상을 삭제하기 위해 다시 관장실로 돌아왔으며, 이후 CCTV 장비 자체를 은폐하려 시도까지 했다. 살해에 대한 미필적 고의도 충분히 인정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은 중대 범죄에도 ‘단지 장난이었다’는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어 유족 측에 더 큰 상처를 입히고 있다"며 "태권도장은 다수 학부모가 아동을 믿고 맡길 수 있는 하나의 교육 공간인데, 학부모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킨 점을 고려할 때 중형이 불가피하다"고 구형 이유를 설명했다.

최 씨 측은 "학대는 인정하지만 살해 동기는 없다"고 주장했다.

구형에 앞서 재판장은 최 씨에게 "CCTV 영상을 보면 아이를 던지고 때리면서 장난감처럼 갖고 노는 것 같다"며 "아이를 거꾸로 집어넣어 놓고 지인과 통화한다고 그 사실을 잊었다는데, 피고인 머릿속엔 아이의 존재 가치가 없는 거 아니냐"고 호통치기도 했다. 또 "피고인이 반성문을 제출했는데 반성하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고 나무랐다.

최 씨는 지난해 7월 12일 양주시 덕계동 한 태권도장에서 말아서 세워놓은 매트 사이에 5살 박 군을 거꾸로 넣고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그는 박 군이 발버둥치며 "꺼내 달라"고 외치는데도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그렇게 20여 분이 지나 박 군은 혼수상태로 발견됐으나 최 씨는 심폐소생술을 하지 않고 오히려 CCTV 영상을 삭제하며 범행을 은폐하려 했다.

경찰은 CCTV 영상을 복원해 그동안 최 씨가 박 군을 학대한 정황을 확인했다.

최 씨는 수사 과정에서 "장난이었다"고 진술했고, 최 씨 변호인은 "뇌사상태에서 호흡기를 뗀 건 유족"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져 사회적 공분을 샀다.

검찰은 최 씨가 살해에 대한 미필적 고의가 있다고 보고 아동학대 치사 대신 사형·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할 수 있는 아동학대 살해죄를 적용했다.

다음 공판은 3월 6일 열릴 예정이다.

박세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