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북송된 ‘라오스 탈북자’에 대한 정부 책임론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 당국자들은 동남아 공산권 국가 외교에 문제가 있음을 자인하고 있다. 정부는 문제점에 대한 냉철한 반성을 토대로 탈북자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패러다임 모색에 나서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이번 사건에 대해 반성할 게 많다는 지적에 동의한다”고 밝힌 뒤 “탈북자 정책을 다각도로 정리해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여기에는 근본적 해결책 일환으로 북한인권 문제를 국제사회와 함께 풀어나가는 동시에 탈북자들의 1차 탈출 루트인 중국과의 협력, 북한과 가까운 공산권 국가의 현실을 반영한 일종의 ‘국가별 맞춤형 대응전략’ 강구 등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31일 “이번 라오스 탈북자 북송 문제를 보면서 공산권 국가에 대한 정부의 대응 전략이 긴밀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런 상황은 북한이 김정은 집권 이후 탈북을 강력하게 차단하는 상황과도 무관치 않다”고 말했다. 북한이 국가적 차원에서 ‘동남아 루트’ 차단에 나선 상황에서 우리는 그동안 해오던 ‘관행’대로 안일하게 대응했던 측면이 있었다는 점을 시인한 것이다.

정부 안팎에서는 북한과 라오스 간의 긴밀한 움직임을 간파하지 못한 것에 대한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북한은 지난 5월 20∼24일 라오스 인민혁명당 중앙위원회 비서를 단장으로 한 라오스 대표단까지 평양으로 초청하는 등 치밀한 외교전을 벌였다. 사회주의 국가로서의 동질성, 인권무시국가라는 오명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라오스 정부의 이해관계 등을 북한이 잘 부각시켰던 것으로 보인다.

라오스 정부는 지금까지 암묵적으로 탈북자들의 한국행에 적극 협조했던 것과 달리 ‘원칙적 대응’을 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가 기존 협조관계를 계속 기대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게 일반적 관측이다. 라오스 당국에 적발되지 않고 한국대사관에 들어오는 경우에는 문제가 없지만, 앞으로 검문에 걸리면 또다시 북한 측에 넘겨질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북한 인권단체 물망초재단의 이사장인 박선영 전 자유선진당 의원은 이날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탈북문제를 외교부가 귀찮고 하찮은 문제로 보지 말고 사람 생명이 달린 문제로 봐야 한다”면서 “외국공관 외교관들이 인식의 패러다임을 바꾸지 않으면 이번 탈북자 북송과 같은 일이 반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방승배 기자 bsb@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