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바로 이 아이들입니다” 미국의 북한자유연합 대표인 수잰 숄티 디펜스포럼 재단 회장이 30일 워싱턴에서 탈북 청소년 15명이 지난 2011년 크리스마스 때 찍은 사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미국의 북한자유연합 대표인 수잰 숄티(54) 디펜스포럼 재단 회장은 30일 탈북 청소년 9명의 강제북송 사태와 관련해 “2년 전부터 15명의 탈북 청소년들을 돌봐 왔는데 소식을 듣고 엄청난 쇼크에 휩싸였다”고 말했다. 탈북자들의 대모인 숄티 회장은 그동안 중국에 있던 이들을 라오스를 거쳐 한국과 미국으로 보내기 위해서 물심양면으로 모든 노력을 기울여 왔었다.

숄티 회장은 이날 오후 워싱턴DC 인근에서 문화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지난 월요일인 27일까지만 해도 탈북 청소년들을 한국으로 보내기 위한 모든 계획이 순조롭게 진행됐다”며 “모두들 ‘한국으로 간다’고 들떠 있었고, 나도 그렇게 확신하고 있었는데 도대체 이 같은 상황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허탈감과 분노감을 나타냈다.

숄티 회장은 이날도 북한자유연합 회원들과 모여서 강제북송된 탈북 청소년들을 한국으로 다시 데려올 수 없는지, 북한 정권의 이들에 대한 가혹한 고문과 인권 탄압을 막을 방안이 없는지 논의를 진행 중이었다.

숄티 회장에 따르면 탈북 청소년들은 원래 모두 15명이었다. 그는 지난 2011년부터 중국에 있는 주모 선교사가 보호하고 있는 이들을 한국과 미국으로 데려오기 위해 비밀리에 일을 추진했다.

그는 “선교사 주 씨 부부는 수년 동안 중국에서 이들을 보호하고 교육을 시키고 자식처럼 돌봐주었던 ‘진정한 영웅’이었다”면서 “모두가 아이들인데, 어떻게 북한으로 다시 끌려갈 수 있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안타깝게 말했다. 그는 인터뷰 도중 “모두가 아이들인데, 어떻게, 어떻게 이런 일이…”라고 수차례 말했다.

인터뷰 도중 숄티 회장은 사진 한 장을 꺼냈다. 2011년 크리스마스 무렵에 주 선교사가 찍어 숄티 회장에게 보내준 사진이었다. 아이들은 한국으로 갈 수 있다는 희망 속에서 숄티 회장에게 보내는 ‘메리 크리스마스’ 글자가 적힌 종이를 들고 환하게 웃고 있었다.

사진 속에는 1997년 북한에 납치된 일본인 마쓰모토 교코(松本京子·65) 아들인 ‘문철’ 군도 있었다. 그는 15명 탈북 청소년들의 얼굴에 ‘ROK(대한민국)’, ‘USA(미국)’라고 표시하면서 한 사람 한 사람을 구출해 내는 희망을 품고 있었다.

숄티 회장은 “탈북 청소년 15명의 연령대는 12∼20세로 이 중 3명은 2월 미국에 도착해 생활하고 있고, 3명은 한국에 입국한 상태”라고 말했다. 그는 “나이가 어린 12, 13세 청소년 두 명과 장애가 있는 16세 청소년이 미국에 도착했다”면서 “강제북송된 청소년 9명이 고문이나 처형을 당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숄티 회장은 북한자유연합 회원들과 앞으로 미국 인권단체들과 힘을 합쳐 워싱턴DC 소재 중국대사관과 라오스대사관 앞에서 탈북청소년 구출을 위한 규탄시위를 벌이기로 했다. 이번 사태를 북한 정권의 대표적 인권탄압 사건으로 부각시켜 탈북자 문제를 국제 이슈로 끌어올릴 방침이다.

워싱턴 = 글·사진 이제교 특파원 jkle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