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8일 청와대 경호실장에 박흥렬 전 육군참모총장을, 신설되는 국가안보실장에 김장수 인수위 외교국방통일분과 간사를 임명함에 따라 청와대의 장관급 3자리(비서실장 포함) 중 2자리가 군 출신 인사들로 채워지게 됐다. 이는 국민행복과 민생 등 국정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튼튼한 안보가 밑바탕에 깔리지 않으면 안 된다는 박 당선인의 ‘국가 안보 우선주의’를 반영한 결과로 풀이된다.

당초 이날로 예상됐던 청와대 비서실장 발표가 설 연휴(9∼11일) 이후 2차 인선 발표 때로 밀린 것은 ‘비서형·실무형이냐, 정무형이냐’ ‘친박(친박근혜)계 중진이냐 아니냐’를 놓고 박 당선인이 고심을 거듭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국가안보실장에 김 간사가 기용될 것이라는 전망은 일찍부터 나왔지만 박 전 총장이 경호실장에 임명된 것은 의외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박 전 총장은 김 간사가 육군참모총장을 맡고 있을 당시 육군참모차장으로서 20여 개월간 호흡을 맞춘 경험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이 긴밀한 협조를 통해 북한의 3차 핵실험 위협 등 안보 관련 상황에 기민하게 대처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게 하는 대목이다. 청와대는 안보문제만큼은 확실하게 장악해가면서 대처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셈이다.

청와대 인선 가운데 군 출신 2명을 우선 발표한 것은 최근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잇따른 핵실험 위협 등에 대한 선제적 대응 효과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인선 결과 발표에서 청와대 비서실장 인선이 미뤄진 것은 당초 박 당선인의 청와대 인선 구상이 흔들리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풀이된다. 당초 박 당선인은 방만해진 청와대 조직과 기능을 대폭 축소시켜 청와대를 철저히 대통령을 보좌하는 조직으로 되돌리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내비쳤다.

하지만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활동이 지속되면서 불통(不通) 논란이 반복되고 급기야 김용준 전 국무총리 지명자가 낙마하는 사태까지 빚어지면서 박 당선인 측 기류가 급변했다. 당선인과 호흡이 잘 맞으면서도 ‘여의도’와 통하며 무게감이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여권 내에서도 제기된 것이다.

오남석 기자 greente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