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2월 대선을 앞두고 ‘4·11 국회의원 총선거’ 당시 새누리당과 선진통일당(선진당) 비례대표 후보 공천헌금 사건이 불거지면서 검찰에 어려운 숙제가 될 전망이다. 사건의 핵심은 여당인 새누리당의 공천헌금 의혹 규명인 만큼 여당의 유력한 대권후보인 박근혜 전 대표를 검찰이 의식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수사를 잘 못하면 야당 및 시민사회단체 등으로부터 ‘봐주기 수사’라는 뭇매를, 잘하면 여당과 청와대 등으로부터 ‘눈치 없는 검찰’이라는 눈총을 감수해야 하는 딜레마에 빠져 있다.

검찰이 이 사건과 관련해 보안에 극도로 신경을 쓰는 것도 정치적으로 민감한 상황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지금은 현기환 전 의원(현 여의도 연구소 부소장)과 현영희(비례대표) 의원, 홍준표 전 대표 등이 공천헌금 수수 사건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지만 검찰 수사를 통해 공천헌금 의혹이 새누리당 전반으로 확대되거나 박 전 대표가 이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는 부분이 확인될 경우 이번 사건은 박 전 대표의 대선가도에 치명타가 될 수도 있다. 한상대 검찰총장도 사건 관련 정보가 검찰 내부에서 유출될 경우 반드시 색출해서 엄벌하겠다고 경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3일 “ 수사 중인 사항을 얘기하는 것은 피의사실 공표이므로 조심해야 하지만 이번 건은 특별히 더 내부에서 신경을 쓰고 있다”고 전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지난 2일 새누리당과 선진당의 공천헌금 의혹사건을 검찰에 수사의뢰했다고 밝히면서 자체 조사한 내용을 상당수 공개한 것도 검찰에게는 큰 부담이다. 또 다른 검찰 관계자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너무 검증되지 않은 얘기를 언론에 퍼뜨리는 바람에 (수사가) 이상하게 됐다”며 “보통 수사라는 게 상대가 준비하기 전에 한 걸음 먼저 가야 하는데 이렇게 되면 공개수사가 되는 만큼 수사 자체가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고 토로했다. 그러나 이보다 더 큰 문제는 검찰이 만약 선관위에서 조사한 것 이상을 밝혀내지 못할 때다. 이 경우 저축은행 비리사건과 관련해 박지원 민주통합당(민주당) 원내대표를 소환조사하면서 ‘정치검찰’이라는 오명을 뒤집어 쓴 검찰이 이번에는 차기 정권에 줄서는 ‘정치검찰’로 비난받을 수 있다.

이현미 기자 always@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