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친박(친박근혜)계 핵심 인사가 연루된 ‘4·11 국회의원 총선거’ 공천헌금 수수 의혹이 터지면서 여야의 표정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새누리당은 극도의 곤혹 속에 ‘제보자 야당 접촉설’을 제기했고, 민주통합당(민주당)은 ‘박지원 정국의 국면 전환을 위한 총력공세’에 집중했다.

민주당은 3일 오전 “20세기형 ‘공천장사’의 최종 책임자는 4·11 총선 당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았던 박근혜 대선 경선 후보”라며 파상공세를 퍼부었다. 이해찬 대표는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동 당사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박 후보는 4·11 총선 당시 비대위원장 자격으로 새누리당 공천장사에 대해 국민에게 백배사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박 후보는 사과 한마디 안하고, 검찰에 맡겨 남 일 보듯이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추미애 최고위원은 “새누리당이 박근혜당인데 어찌 대주주가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있겠느냐”며 “책임지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날을 세웠다. 강기정 최고위원은 “측근 중 측근이 자행한 공천장사를 사과하고 돈 공천이 사실로 확인되면 대선후보직을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새누리당은 이날 비공개 전략회의와 최고위원회의를 잇달아 열고 사태 수습 방안을 논의했으나 현기환 전 의원과 현영희 의원 등 의혹 당사자들이 “공천헌금은 없었다”고 강하게 부인하는 바람에 결론을 내리는 데 진통을 겪었다.

이날 오전 새누리당 지도부는 잇단 회의를 여는 등 긴박하게 움직였지만, 대선국면에서 터진 초대형 펀치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표정이었다. 오전 7시30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동 한 호텔에서 열린 비공개 전략회의에는 황우여 대표와 서병수 사무총장, 조원진 전략기획본부장, 조동원 홍보기획본부장, 나성린 정책위 부의장, 김영우 대변인, 황영철 대표비서실장 등이 참석했다.

새누리당은 오후 9시부터는 국회로 자리를 옮겨 최고위원회의를 열었다. 최고위원들은 공천헌금을 제공한 의혹을 받고 있는 현영희 의원과 받은 의혹을 받고 있는 현기환 전 의원을 출석시켜 소명을 들었다. 현 전 의원은 회의 참석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당에서 심하게 걱정하고 있어 제기된 의혹이 사실이 아니라는 얘기를 분명히 하려고 나왔다”며 혐의 내용을 부인했다.

오남석·박정경 기자 greente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