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현영희 새누리당 의원의 비례대표 공천헌금을 공천위원인 현기환 전 의원에게 전달했다는 사건과 관련해 검찰에 수사의뢰를 하기 전 2개월 동안 치밀하게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선관위는 현 의원의 전 비서 정모 씨의 제보 내용을 바탕으로 현 의원 등의 동선과 금융거래기록, 통화기록 등도 샅샅이 뒤져 제보 내용을 분석한 것이다.

선관위가 가진 결정적인 단서는 정모 씨가 기록한 노트 2권 분량의 일기 형식의 일지다. 이 일지에는 현 의원이 언제 어디서 누구를 만나고 어떤 일을 했는지가 구체적으로 기록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예를 들면 현 의원의 일정에 대해 ‘O월O일 오후 2시 부산 모 호텔에서 OOO과 2시간 정도 만남’, ‘O월O일 오전 11시 OO은행을 들러 돈을 찾은 뒤 모처에서 OOO을 만남’ 등 구체적인 시간과 장소뿐만 아니라 은행을 방문한 뒤 어떤 가방을 들고 갔는지도 기록돼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선관위는 이를 토대로 현 의원과 가족의 금융거래 내역 등과 현 의원의 통화내역을 확보해 사실 관계를 확인했다. 정모 씨는 3억 원을 전달하는 과정에 대해서도 자신이 이를 운반했다며 돈이 담겨져 있었다는 쇼핑백의 사진까지 선관위에 제출했다는 것이다. 선관위는 현 의원과 가족들의 금융거래 내역을 확인한 결과 정모 씨가 돈을 전달했다고 주장하는 날짜에 뭉칫돈이 인출됐고 현 의원과 돈을 받았다는 현 전 의원, 함께 있었다는 새누리당 부산시당 당직자 출신 조모 씨 등이 같은 시간에 같은 장소에서 통화를 한 기록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선관위는 통화기록은 법원의 승인을 받아 조사를 했으며 금융거래기록은 선관위의 금융거래 자료 요구권을 행사해 해당 은행에서 제출받았다.

선관위는 이러한 조사 내용을 바탕으로 검찰에 수사요구를 하면서 이례적으로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으니 압수수색을 우선적으로 해달라”는 과감한 요청도 했다.

신선종 기자 hanuli@munhwa.com